이명박 대통령이 정정길 울산대 총장을 대통령실장에 임명하는 등 청와대 진용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취임 117일 만의 이례적 전면개편으로 이 대통령이 국민적 요구에 답했다는 점에서 국정운영 자세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새로 임명된 정 실장이나 수석비서관들의 자질과 능력, 업무 적합성 등을 따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경력으로 보아서는 큰 흠을 찾기 어렵다. 인선의 잣대나 인사의 전체적 방향에서는 그 동안 지적된 문제점을 고친 듯한 색채도 엿보인다.
우선 교수 출신이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주류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고위 관료 출신이 주류를 이루었다. 참모진을 대표하는 정 실장이 교수 출신이지만, 실제 적용 가능성이 중시되는 행정학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데다 관료 경험도 있다. 이로써 ‘실용주의’ 노선을 다짐하고서도 국정방향을 좌우하는 청와대 참모진에는 교수들을 대거 기용한 모순이 풀릴 수 있게 됐다. 내각과 청와대가 실무와 방향성을 나누어 맡았던 구조가 흔들린 것은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지만, 그것도 운영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정치권을 보는 이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돼 크게 약해졌던 청와대의 정무기능도 많이 보강됐다. 맹형규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홍보특보 등의 기용으로 청와대와 정치권의 의사소통이 한결 원활해질 전망이다. 뒤따를 비서관 인사에서 인터넷 담당과 시민사회비서관 등이 신설돼 국민과의 소통 경로가 마련되는 것과 합치면, 온통 대통령에게 쏠렸던 청와대의 내향적 눈길이 국회와 국민에게도 향할 것임을 예고한다. ‘고소영’ ‘강부자’라는 비난의 꼬투리를 없앤 것과 함께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형식의 변경만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쓴 소리를 용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자세를 완전히 고치지 않고서는 ‘조직 무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 숙여 다짐한 ‘겸허한 자세’가 몸에 배어야만 진정한 변화를 이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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