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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전문 계간지 '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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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전문 계간지 '자음과 모음'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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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장편소설 1편 혹은 없음, 단편 3~4편, 시 10편 안팎, (주로 국내문학 관련) 기획 특집. 국내 문학잡지의 대체적 구성이다. 이런 격식을 깨고 소설 전문, 그것도 수록작 절반 이상을 장편 연재로 운영하는 문학 계간지가 창간된다.

자음과모음(대표 강병철) 출판사는 8월 중순 장편 위주의 소설 전문 계간지 <자음과모음> 창간호(2008년 가을호)를 출간한다. 문학평론가 심진경(40) 손정수(40) 복도훈(36) 정영훈(35)씨와 소설가 박성원(39)씨가 편집위원을 맡았다.

정은영 편집장은 “한국문학이 단편 위주로 치우쳤다는 지적은 많지만 작가들, 특히 젊은 작가들이 장편을 발표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매호 4~6편의 장편을 동시 연재하면서 장편 활성화를 위한 너른 장(場)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계간지 측은 전통적 의미의 장편(원고지 1,000매 이상)뿐 아니라 최근 유럽 문단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경장편(원고지 500~600매), 단편 연작의 형태로 장편을 창작하는 픽스업(fixup) 등 다양한 형식의 장편을 실을 계획이다. 창간호에는 하성란(41), 김태용(34)씨의 장편, 이승우(49)씨의 경장편, SF작가 듀나(37)의 픽스업 첫 연재분이 실린다.

제2호(겨울호)엔 박형서(36)씨 등 1~2명이 장편 연재에 가세한다. 박성원 편집위원은 “리얼리즘(이승우 하성란), 모더니즘(김태용), 장르(듀나)가 어우러진 작가 섭외에서 볼 수 있듯이, 소설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혼종적이고 열린 잡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편에서도 원고지 20~30매로 짧게 쓰는 미니픽션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김영하(40) 김연수(38) 백가흠(34) 황정은(32)씨의 단편과 해이수(35) 손홍규(33)씨의 미니픽션이 창간호에 수록된다.

“장편 전문이란 점 외에, 문학을 포괄하는 인문학적 기획을 마련한다는 점도 국내에서 유례 없는 잡지”라는 복도훈 편집위원의 말처럼 계간 <자음과모음> 은 기획 특집에 있어서도 여타 문예지와 차별을 시도한다.

우선 해외 유명 석학의 기고를 받는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창간호엔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글이 실릴 예정이다.

지젝은 편집위원단에서 요청한 주제인 ‘새로운 정치 현상’이나 자신의 최근 관심사인 ‘뇌과학’ 중 하나를 주제로 기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간지 측은 조르조 아감벤, 알랭 바디우, 가라타니 고진 등 저명 지식인들도 원고 청탁에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창간호 기획 특집 주제는 ‘내러티브(서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로, 편집위원 5명이 최근 소설에 나타나는 새로운 캐릭터와 언어 문법, 대안적 세계 등을 주제로 비평을 쓴다.

현재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미국 체류 중인 평론가 허윤진씨가 영어권 소설 속 새로운 서사 경향을 분석한 글을 기고하고, 평론가 소영현씨는 국내 소설을 대상으로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박성원 편집위원은 “영어, 불어, 중국어 등 언어권별 최근 문학에 대한 내러티브 경향을 분석하는 특집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겨울호엔 러시아 문학의 내러티브를 주제로 한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소장 인문학자들이 국내외 이론서를 비평하는 고정 코너 ‘뷰(view)’도 마련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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