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2) 감독의 매직이 조국 네덜란드마저 울렸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이하 유로 2008) 8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강호 네덜란드를 3-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바젤의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모자람이 없는 경기였다. 유럽에서 ‘2류’로 평가되는 러시아리그 소속의 무명 선수들은 막강한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네덜란드를 시종일관 밀어붙인 끝에 완승을 거뒀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러시아가 네덜란드를 압도한 경기였다.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3-0), 프랑스(4-1)를 대파하는 등 3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던 마르코 판바스턴 감독의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짜임새를 보이지 못하는 졸전을 펼치며 20년 만의 정상 정복 꿈을 접었다.
로만 파블류첸코(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최전방에 세우고 안드레이 아르샤빈(제니트)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뒤를 받친 러시아는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틀어쥐고 거세게 네덜란드를 몰아댔다. 네덜란드는 예상 외의 ‘강공책’으로 나선 러시아의 기세에 당황한 듯 ‘경기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허둥거렸다.
에드윈 판데르사르 골키퍼의 그물 수비에 막혀 전반 수 차례 좋은 득점 찬스를 놓친 러시아는 후반 11분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적 창출’의 서막을 열었다. 세르게이 세마크(루빈)의 크로스를 파블류첸코가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 골네트를 가른 것.
러시아는 리드를 잡은 후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네덜란드를 몰아붙였다. 패색이 짙어가던 네덜란드는 후반 41분 베테랑 스트라이커 뤼트 판니스텔로이(레알 마드리드)의 헤딩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연장전에서도 러시아의 파상 공세에 쩔쩔 맨 끝에 연장 후반 7분 드미트리 토르빈스키(로코모티브 모스크바), 후반 11분 아르샤빈에게 연속골을 얻어 맞고 무너졌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8강행을 이끌었던 아르샤빈은 토르빈스키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쐐기골까지 터트리며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이뤄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체력과 기술적인 면 등 경기의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네덜란드를 앞섰다”며 완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히딩크 마법’의 제물이 되며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놓게 된 반파스턴 감독은 “조별리그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리보다 잘 싸웠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러시아는 스페인-이탈리아전 승자와 27일 오전 3시45분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편 21일 열린 경기에서는 터키가 0-1로 뒤진 연장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트린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사상 처음으로 유럽선수권 4강에 진출, 독일과 맞붙게 됐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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