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자 비핵화 합의에서 설정한 시한보다 6개월 이상 늦은 것이지만,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핵 신고의 기초가 되는 1만8,000쪽 분량의 북한 핵 활동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한 결과, 호의적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무역규제 완화 등 미국 쪽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뤄져 비핵화 2단계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
미국 쪽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국무부는 18일 “2단계 종결이 임박했다는 믿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제 한ㆍ미ㆍ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에 핵무기 정보가 없더라도 일단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그간 핵무기 신고를 고집해온 점에 비춰 중대 장애가 제거된 셈이다. 이에 앞서 북ㆍ일이 납치 일본인 문제에 타협을 이룬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물론 걸림돌은 남아 있다. 미 정보기관은 북한이 지금껏 40~5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37kg 뿐이라고 밝혔다. 또 농축우라늄 핵 개발과 핵 물질의 제3국 이전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 이에 따라 미 의회 등의 강경파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와 검증’을 내세워 테러지원국 해제 등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합의된 수준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영변 핵 시설 폐기로 비핵화 2단계를 매듭 지으려는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 핵 신고 내용의 구체적 검증과 핵무기 폐기 논의는 애초 비핵화 3단계에서 다루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또 북ㆍ미 양쪽의 2단계 이행조치를 9월 쯤 끝내더라도 미 대선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3단계로 넘어가기는 어차피 힘들다.
이런 사정에 비춰 우리로서도 비핵화 2단계 마무리에 힘을 쏟는 것이 최선이다. 더러 신고내용이 미흡하다고 목청을 높이겠지만, 북한 비핵화는 떠들썩하게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최종 목표에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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