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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Q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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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Q정전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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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 창비

1925년 6월 23일 중국에서 '사지(沙基) 사건'이 일어났다. 그 전 달 상하이에서 발생한 영국 경찰의 중국인 학생에 대한 발포사건에 항의하는 중국 전역의 반제국주의 물결의 와중에서, 이날 광저우시 사지에서 7만여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데모를 벌이던 중 영국 군대의 발포로 52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루쉰(魯迅·1881~1936)이 떠오른다. <아q정전> 은 그 시대 중국의 현실을 문학으로 고발하고, 문학으로 세상을 개조하려 했던 루쉰의 소설 10편을 모은 책이다. 본명 주수인(周樹人)인 그는 반봉건·반제 문학운동을 전개하면서 탄압을 피하기 위해 100가지가 넘는 필명을 썼고, 루쉰은 그 중 하나였다.

그가 남긴 소설은 중편(‘아Q정전’) 1편과 단편 32편이 전부지만,혹자는그 많지않은 양의 작품이 당시 동아시아 문학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고 평하기도 한다.봉건 극복과 근대 실현의 동아시아적 과제라는 면에서 그만큼 루쉰의 존재는 컸다.

데뷔작이자 중국 현대소설의 첫 작품으로 꼽히는 '광인일기'(1918)에서 루쉰은 중국의 봉건적 정치사회체제를 “사천년 동안 늘 사람을 잡아먹어온 곳”이며, 오랫동안 그 속에 섞여 살아온 자신은 “사천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라고 표현했다.

체제는 동포를 잡아먹고, 그 피해자인 민중들 역시 서로를 잡아먹는 가해자라는 이야기다. 당시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수였던 고리키가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아Q정전’(1922)에서는 그런 내부의 모순에다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반식민지 상태에 놓인 중국의 현실과 중국인의 모습이 주인공 아Q의 희화화된 삶을 통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루쉰은 또다른 단편 ‘고향’에서 “그들은 마땅히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 다음, 희망에 대한 저 유명한 진술을 하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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