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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급한 불 꺼졌지만 고유가에 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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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급한 불 꺼졌지만 고유가에 또 무슨 일"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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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꺼진 것 같은데….”

“그것(화물연대 파업)만 해결되면 돼? 기름 값이 계속 오르는데. 언제 또 (화물연대 파업이) 터질지도 모르고….”

화물연대 파업 철회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20일 오후, 3,400여 중소 업체가 모여 있는 경기 시화 공단내 한 철강 제품 물류센터 창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쌓였던 재고 물량을 화물 차량으로 옮겨 실으면서 오고 가는 현장 직원들의 대화 속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 동안 겪었던 경영난을 반영이라도 하듯, 창고내에는 많은 재고물량이 출하를 기다리며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리를 넘어 인근 반월공단에 들어섰지만 폴리염화비닐(PVC)을 만드는 석유화학 업체에서도, 기계 부품 소재를 제작하는 업체에서도 예전처럼 활기찬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계가 연이어 터지는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을 포함한 3중고에 화물연대 파업 등 내부 돌발 변수가 겹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직접적인 피해액(6월17일 기준)은 납기 지연과 원ㆍ부자재 수급지연, 조업 중단 등의 여파로 약 1,245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최근 화물연대 파업이 철회되기는 했지만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제2의 물류 파동에 대한 위기감이 중소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철근과 H형강 등 철강 제품 가공 유통업을 29년째 해오고 있는 이득치(59) 시화공단 내 백산철강 대표이사는 “철강 유통업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값싼 가격으로 적기에 공급하는 게 관건인데 최근 잇따른 악재로 신용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 체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또 다른 화물연대 파업은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개인 화물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 기업들은 그 때마다 똑 같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상반기 매출 규모가 최근 계속된 악재 영향으로 전년대비 7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파악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몰려있는 구로공단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본체와 모니터가 합쳐진 일체형 컴퓨터(PC)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준(50) 사장은 “정부가 중소 기업들을 위해 내놓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도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땜질 처방식의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고유가나 원자재 상승, 환율 변동과 관련해 내놓은 정부 정책대로라면 외부 환경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살아 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신상순 연구원은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게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극심해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납품 단가 연동제와 중소기업 원자재 수급정보시스템 등을 비롯한 종합적인 중소기업 육성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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