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서울 하늘에 태극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기나 내걸린 채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이 싱겁게 끝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최종전에서 90분간 헛심공방을 벌인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남북은 이로써 나란히 3승3무(승점 12)를 기록했지만 한국(+7)이 북한(+4)에 득실에 앞서 조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A매치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는 4만 8,000여명의 대관중이 운집했지만 경기 내용은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고기구(전남)를 최전방에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오른 무릎 이상으로 결장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신 안정환(부산)이 왼쪽 날개로 배치됐고 김정우(성남)-오장은(울산)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투입된 것이 특징.
한국은 전반전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과 김정우의 중앙 돌파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북한의 두터운 수비벽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북한은 정대세(가와사키)를 최전방에 세우고 문인국(4.25)과 홍영조(FK 베자니아)를 좌우에 배치한 3-4-2-1 포메이션으로 이에 맞섰다. 수비를 두텁게 하고 홍영조를 축으로 한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3차 예선에서 무실점 행진을 벌여온 북한의 두터운 수비진에 고전하던 한국 공격은 후반 15분 안정환 대신 박주영을 투입하며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잇달아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북한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후반 26분 북한 수비진 뒷공간을 파고 든 박주영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찬스에서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은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김남일(고베), 이근호(대구)를 잇달아 투입해 골사냥을 노렸지만 북한의 '철옹성'을 깨뜨리지 못하며 종료 휘슬을 맞았다. 관심을 모은 북한의 재일동포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강민수(전남), 이정수(수원)에 발이 묶여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이로써 올 들어 열린 북한과의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역대 전적 5승6무1패를 기록했다. 북한은 한국과의 최종전을 0-0으로 마치며 3차 예선 6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과시했다. 3차 예선에 출전한 20개국 중 무실점을 기록한 팀은 북한이 유일하다.
나란히 최종 예선에 진출한 남북은 오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조추첨 결과 같은 조에 편성돼 재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9월6일부터 시작된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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