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개원을 둘러싼 여야의 강경대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합민주당이 내주 초에 당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물론 21일로 예정된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 발표 내용이 관건이다. 정치권 안팎의 여건상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하겠지만, 합의는 내달로 넘어갈 공산이 적지 않다.
여야 간 해빙기류가 조성되고 있음은 원내 사령탑의 발언을 통해 전해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0일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비행기 안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1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정치부장 세미나 참석 길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같은 비행기를 탔고, 여기서 뭔가 의미있는 얘기가 오갔음을 시사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도 세미나에서 “제주도로 내려오는 길에 제헌절까지는 개원키로 합의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선 양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주말에 접촉을 갖고 개원 협상의 물꼬를 튼 뒤 양당 원내대표가 내주 후반에 만나 결론을 내릴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개각이 이뤄질 경우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로 등장한다.
이처럼 겉보기엔 본격적인 개원 협상이 코 앞에 다가온 듯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변화된 상황에 따라 당론을 재정립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편이 적절한 해석이다.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과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완료, 20일 청와대 수석진의 대폭 교체 등은 어쨌든 민주당이 그간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요구조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르면 24일께 의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 상황 변화를 평가하고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민주당의 등원 결정 여부를 가늠할 최종 잣대는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다.
내부 의견수렴과 함께 주말을 경과하면서 여론의 동향도 면밀히 살펴 재협상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계속 요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쉽게 등원을 결정하긴 어려운 처지다.
이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민주당이 “악어의 눈물을 보는 것 같다”고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이나, 청와대 인사를 ‘돌려막기’라고 혹평한 것은 부차적이다. 양당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경우 전반적인 국정쇄신 방향과 해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일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민주당은 “국회에서 쇠고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면 언제라도 등원할 것”(박상천 대표)이라는 입장이다. 등원은 하되 명분과 시점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당내에선 양당의 전당대회 일정까지 감안할 때 이르면 이 달 말, 늦어도 내달 10일께는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 서두를 경우 당의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이날 재차 등원론을 피력한 것을 두고 “당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 같다”(한 원내부대표)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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