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 공모에 파행이 속출하고 있다. 재공모 사례가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사유는 석연치 않다. 정부 내에서는 '공모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19일 인사소위원회를 열어 16개 공공기관 사장 및 감사 후보를 심사한 결과 한국전력 사장과 석유공사 감사를 재공모하기로 의결했다.
한전의 경우 국내 최대 공기업이고 공모제활성화 대상 기관이지만 후보 5명이 모두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지적됐고, 석유공사 감사 후보는 응모자가 4명에 그쳐 2배수만 추천한 것이 재공모 사유였다.
수출보험공사 역시 재공모가 유력하다. 수보 임원추천위원회는 면접심사를 통과한 사장 후보 3명을 지식경제부장관에 추천하면서 "적임자가 없을 경우 재공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경부 측은 이에 따라 조만간 재공모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17일에는 석유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 6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했지만 적임자가 없어 재공모를 결정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코트라 역시 사장 후보 재공모가 진행 중이다.
재공모 속출의 1차적인 원인은 인력의 '외화내빈'이다. 한전, 코트라, 석유공사, 가스공사, 수출보험공사 등 지경부 산하 5대 공공기관장 평균 경쟁률은 24대 1이었다. 재공모에 들어가는 한전만해도 19명이나 지원을 했다. 지원자는 넘쳐 나지만 정작 '쓸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모가 요식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재공모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서 공모제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지정했던 90개 공모제활성화 대상 기관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막상 공모제를 해보니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데 비해서 정작 필요한 사람을 뽑을 수가 없다"며 "정작 능력 있는 사람들은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모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다시 임명제로 되돌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공모제를 다시 폐지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공모와 추천을 병행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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