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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살고 싶은 북촌의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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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살고 싶은 북촌의 한옥마을

입력
2008.06.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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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내게 인사동은 반 친정 같은 곳이다. 한국화 전문 재료를 파는 곳이고 늘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요즘은 전시회 관람을 위해 인사동을 나서면 어느덧 발길이 북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사동 화랑가가 이곳까지 넓어졌기도 하지만, 기와선과 돌담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고즈넉한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촌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국동, 계동, 가회동, 원서동 등의 동네가 한옥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으로 북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렇게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옛 화원들처럼 묵향(墨香) 그윽한 화실과 다실도 꾸미고, 내 그림의 소재인 야생화도 심고, 장독대에 옹골찬 항아리도 올려놓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보다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을 것같은 기대감도 든다. 그래서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정리하고 북촌의 한옥마을로 이사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먼저 집의 관리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도배와 칠만 해주면 새 집이 되는 아파트와는 달리 한옥은 안팎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어야 한다. 한옥의 소재인 나무는 친환경 소재임에는 틀림없으나 갈라지고 터지고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자칫 관리에 소홀하다면 집을 망칠 수도 있다. 매번 사람을 써서 고칠 수도 없는 문제이니 소소한 일거리는 직접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능력도 자신이 없다.

보안도 문제이다. 한옥은 구조적으로 개방형의 구조이다. 따라서 이웃집이나 외부와의 소통이 아파트보다 훨씬 자유롭다. 정감 있는 구조이기는 하나 조금이라도 늦은 밤에 초인종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컹하며, 때론 도둑이 담이라도 넘어오면 어떻게 할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 보면, 한옥에서 산다는 것이 한 순간의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골목이 운치는 있으나 주차할 공간은 잘 안 보이는데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인터넷 구매가 많아져 택배 받을 일이 많은데, 집을 비울 경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택배 수령을 대신해 주었지만 한옥촌에서는 누구한테 물건을 맡겨야 할지 고민이다. 이웃 간의 소통이 예전같지 않으니 말이다.

아파트라면 단지마다 있는 놀이터나 유치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딸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시설은 충분히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시장을 어디서 봐야 할지도 걱정이다. 지금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대형 할인마트는 아니더라도, 어디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북촌 한옥마을이 넓어진다고 한다. 서울시는 가회동, 안국동, 계동, 원서동을 포함하여 삼청동과 팔판동 일대까지 45만6000㎡를 한옥마을로 지정고시할 계획이라고 18일 발표했다. 더욱이 이들 지역의 한옥을 신축 또는 개ㆍ보수할 때는 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한옥마을이 더 잘 보존되고 발전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관리, 보안, 육아, 교육, 쇼핑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도 같이 해결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단순히 한옥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아닌 사람이 사는 정감어린 공간으로 만들려면, 생활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옥의 형태를 한 상업지역, 관광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꼭 한번 북촌의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다.

안진의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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