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을 대폭 교체하고, 내각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요란한 반정부 시위 속에 맞았던 이 대통령이 ‘인적 쇄신’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훈수 두기는 쉽지만, 인재를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능력이 있는지, 인격은 어느 정도 갖췄는지,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과거행적에 흠은 없는지, 살펴볼 것이 많다. 사전에 철저하게 살폈는데도 청문회에서 의외의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새 출발’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여러 인물들을 비교적 폭 넓게 알고 있는 기자들이 각자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관해 얘기해본 적이 있는데,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여러 명 있었다. 한 기자는 A가 유능한 사람이라고 하고, 다른 기자는 그가 ‘과포’(과대 포장)라고 했다. B가 도지사 시절 업적이 많았다고 하자, 다른 기자는 B가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느라고 후임 도지사가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C가 박학다식하고 양식 있는 인물이라고 하자 “아는 게 많아 부하 직원들을 피곤하게 할 뿐 추진력이 없다”는 혹평이 나왔다.
가까운 거리에서 취재했던 기자들의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경우가 있으니 인사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간다. 인사란 사실 모험에 가깝다. 정부수립 후 수많은 총리와 장관들이 일을 했는데 명 총리, 명 장관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 단 몇 명도 생각이 안 난다. 장수했다고 다 유능했던 것도 아니다.
이렇게 인사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내놓을 인적 쇄신의 내용이 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인적 쇄신, 국정 쇄신으로 하루빨리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데 이번 인사가 불만스러울 경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은 이번 인사에서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서 더욱 깊어진다. 청와대를 아마추어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혹평에 귀 기울여 국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경험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가 과연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새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인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국민의 마음이 떠났던 것은 재산의 액수 못지않게 대통령이나 당사자들의 언행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재산 많은 게 무슨 죄냐. 일만 잘하면 된다. 몇 십 년 일했는데 그 정도야 가질 수 있는 거 아니냐. 법 위반인지 그 당시에는 몰랐다…국민은 그들의 무감각과 당당함에 화가 났고, 재산 액수에 소외감을 느꼈다. 그리고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 라고 등을 돌리게 됐다. ‘우리 정부’가 아니라 ‘너희들’이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무감각하고 자기검열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 부자 내각, 부자 비서실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을 감안해야 하지만 무조건 부자는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교인, 이 대통령 측근 등의 기피요인도 헌법처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널리 사람을 찾고 최선의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인물이 어디에 속했든 그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안배 등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것이 인물 선택의 우선조건이 될 수는 없다.
대통령 인사스타일 정말 변했나
가장 절실한 것은 이 대통령이 마음 깊이 좋은 사람을 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고, 인사 관련 담당자들이 사심 없이 널리 인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과연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번 인사에 조언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 그래서 인적 쇄신의 발표시기가 가까워오자 불안해진다.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인적 쇄신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말 걱정이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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