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마비됐던 전국 물류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되살아났다. 정부와 전국 14개 대형 운송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가 19일 오후 5시께 컨테이너 운송료 인상에 전격적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물류 대란의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화물연대와 CTCA는 이날 부산해양항만청 회의실에서 재개된 협상에서 ‘운송료 19% 인상’에 전격 합의돼 파업에 나섰던 화물 운송 업자들이 속속 산업 현장에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국내 산업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국무역협회는 파업에 돌입한 12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접수된 직접적인 피해는 수출 148개사 1억230만달러, 수입은 73개사 4,081만달러며 수출입 차질액은 79억달러로 추산됐다.
2003년 5월 물류 대란 당시 원상 복구에 일주일이 걸린 전례를 볼 때 수출은 2억500만달러, 수입은 9,000만 달러 정도 차질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료 타결에 불구 여전히 물류 대란은 풀리지 않고 있다. 협상에 성공했어도 곧바로 운송 재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운임 인상에 합의하고도 화물연대 파업이 풀리지 않아 급기야 직원들이 제품 수송에 나섰다. LG전자의 경우 이미 이달 7일 운송업체들과 운임 15% 인상에 합의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풀리지 않으면서 하루 1,000억원에 이르는 생산물량이 창원 및 구미공장 내 야적장과 항구에 쌓이고 있다. LG전자는 제품이 계속 쌓이는 상황에서 일부 공장의 잔업을 50% 이상 줄였고 생산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생활 가전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 공장은 생산품이 야적장에 꽉 차면서 17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조업을 중단했다. 매일 저녁 야적 물량을 확인해 조금이라도 수송하지 못하면 다음날 조업을 재개할 수 없다.
석유화학 및 레미콘 업체들도 차량 확보가 안돼 원자재 재고가 바닥나면서 제품 출하가 곤란한 지경이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화물연대의 방해까지 겹쳐 기존 운임의 2, 3배를 줘도 운송차량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울산 태광석유화학 1공장은 고순도텔레프탄산(PTA)을 반출하지 못해 쌓아두고 있으며 청화소다를 생산하는 3공장은 원료인 가성소다가 공급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효성은 수일 째 직원들이 직접 타이어코드를 내수 시장에 실어나르고 있으며, 카프로는 운송 차량을 구하지 못해 카프로락탐과 비료 수송을 줄이고 있다.
강원도 레미콘 업체 73개중 50개사는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생산을 중단했다. 나머지 23개 업체도 시멘트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심각한 재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문제는 붕괴된 물류 시스템을 복구하는데 있다. 2003년 5월에 15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을 겪었을 당시 부산항, 인천항 등 주요항만과 장거리 화물 운송 재개 등의 정상화에 7일 정도 걸린 전례가 있어 이번 파업에 따른 복구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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