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딸 A(40)씨와 함께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살해된 재력가 박모(66) 여인 피살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필리핀 경찰에서 넘겨받은 음성 CD에 담긴 육성이 A씨와 거의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씨 청부살해 여부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19일 “최근 국과수로부터 음성 CD분석 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과수가 ‘박씨의 청부살해를 암시하는 여성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박씨의 큰 딸 A씨와 거의 유사하다’는 소견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 음성 CD는 필리핀 현지에서 A씨 일행의 차량을 운전했던 현지인 C씨가 필리핀 경찰 제출한 것으로, C씨는 자신과 A씨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과 국과수에 따르면 CD에는 남성과 여성의 짤막한 대화가 1분 가량 녹음됐는데, 한 여성이 “당신 형의 친구가 일을 완벽히 해 그녀(박씨)가 사라지면 1,000달러를 더 가질 수 있다”며 청부 살해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건 해결의 최대 관건이던 CD 음성 주인공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박씨 살해 사건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씨를 포함한 박씨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소유한 금융계좌 거래내역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이 “ A씨와 음성이 유사하다는 국과수 통보에도 불구, 살해를 직접 지시한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인데다가, A씨도 “정체 불명의 CD가 어떻게 증거가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어 사건 해결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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