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십수일간 ‘MB노믹스’의 방향 선회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정부 내 금기사항이었다. 감히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훼손하는 언급은 삼가는 것이 당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국정운영의 방침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MB노믹스’의 방향 수정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7ㆍ4ㆍ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로 대변되는 성장 우선에서 물가ㆍ민생 등 안정 우선으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의 경제운용계획도 본격적인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곧 발표하는데, 서민경제와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는 쪽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환율과 통화정책의 변화다. 이미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물가를 우선시하는 ‘적정환율 정책’으로 수정됐고, 이제는 금리 인하보다 인상 쪽에 오히려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목표 수정에 따른 과도한 부담도 일부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내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전망치 수정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이 대통령이 무리하게 단기 성장에 매달릴 수 없는 상황임을 밝히면서, 현재 6%인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내외로 낮춰 잡기가 한결 수월해진 셈이다. 정부 일각에선 심지어 무리수를 두지 않기 위해선 4%대 후반으로 낮춰잡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MB노믹스’의 근간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물가를 자극하는 대외 환경이 워낙 불안한 만큼 물가 안정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둔 것 같다”며 “우선 물가를 다잡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정책을 재추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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