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할리우드’인 발리우드가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62)와 손잡고 할리우드 땅에 깃발을 꽂는다.
스필버그의 드림웍스는 인도의 갑부 아닐 암바니(49)가 이끄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릴라이언스 빅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약 6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들여, 매년 6, 7편의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전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일 년에 1,0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세계 최대 영화 제작국 인도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필버그가 인도 자본을 받아들인 속내는 불화를 겪어 온 모회사 바이어컴과 결별하기 위함이다. 그는 1994년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스 게펜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7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드림웍스를 설립했다. 그간 ‘라이언 일병 구하기’ ‘글래디에이터’ ‘아메리칸 뷰티’ 등의 흥행작을 만들어 낸 드림웍스는 2005년 16억 달러에 파라마운트픽처스를 소유한 거대 미디어기업 바이어컴에 매각됐다.
이후 파라마운트의 간섭과 통제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스필버그의 결별 움직임을 눈치챈 브래드 그레이 파라마운트 회장이 “드림웍스가 떨어져 나가는 건 우리에게는 하찮은 일일 뿐”이라고 폄하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드림웍스와 바이어컴의 계약은 9월 31일로 종료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스필버그가 왜 인도 자본을 선택했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도 자본은 호시탐탐 할리우드 진출을 노려왔다. 인도 영화사 UTV가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 제작에 참여하는 등 예외가 있긴 했지만,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소니 등 거대 제작사들은 발리우드의 할리우드 진입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최대 자금줄인 헤지펀드가 속속 할리우드를 떠나는 등 신용경색으로 월가의 투자가 끊기자 신흥 강국 인도의 러브콜을 더 이상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디어파트너의 비벡 코토 리서치 담당 이사는 “암바니로서는 기회만 노렸을 것이고 드디어 틈새를 찾아낸 것”이라고 평했다.
총 420억 달러의 재산가로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6번째 부호로 이름을 올린 암바니의 할리우드 진출 욕심은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당시 감지됐다. 당시 릴라이언스는 짐 캐리, 조지 클루니, 톰 행크스, 브래드 피트 등 자체 제작사를 보유한 할리우드 톱 스타들과 투자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릴라이언스는 미국 주요 도시의 200여 개의 상영관도 사들였다. 암바니의 미국 진출 시도는 인도 기업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등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인도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필버그와 발리우드의 합작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더 많은 투자금을 모으기 위한 관심끌기 용으로 인도 자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드림웍스의 한 직원은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인들은 시사회에서 스필버그 옆 자리에 앉게만 해 줘도 만족한다. 투자는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인도 자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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