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의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입력
2008.06.20 00:20
0 0

로맹 가리 / 문학동네

프랑스의 소설가 ‘공쿠르 형제’의 동생 쥘 공쿠르가 1870년 6월 20일 40세로 사망했다. 형 에드몽은 26년 후 74세로 죽었다. 형제는 동생이 죽을 때까지 합작으로, 주로 형이 구상하고 동생이 문체를 다듬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그들은 “역사가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소설가는 현재를 이야기한다”며 당대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한 <제르미니 라세르퇴> 등 자연주의의 선구적 작품을 남겼다. 특히 1851년부터 형제가 함께 쓴 방대한 분량의 <일기> 는 그 자체 19세기 후반 파리의 사회사, 문단사로 꼽힌다.

아무래도 형제의 이름을 길이 기억되게 한 것은 공쿠르 상이다. 에드몽이 죽던 해인 1896년 그의 유언에 따라 형제가 남긴 유산을 기금으로 에밀 졸라, 플로베르, 알퐁스 도데 등이 아카데미공쿠르를 설립했다. 1903년부터 아카데미공쿠르는 매년 12월 첫째 월요일에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한 해 동안 발표된 산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공쿠르 형제의 이름으로 상을 수여한다. 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쟁쟁한 이들이 공쿠르 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로 105년이 된 이 상의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을 일으킨 작가는 로맹 가리(1914~1980)다. 1956년 <하늘의 뿌리> 로 공쿠르 상을 받았던 그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 으로 다시 이 상의 수상자가 된다. 얼굴 없는 작가로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은, 나중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맹 가리의 유서에 의해서 밝혀진다.

로맹 가리의 다른 책들도 많이 번역됐지만 짧은소설 16편을 모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는 그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책이다. ‘피가 식기 시작해 이곳으로 날아올 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새들이 페루 해변 모래사장으로 날아가 몸을 던지는 것처럼, 쓸쓸한 인생의 이면들이 단편마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