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 문학동네
프랑스의 소설가 ‘공쿠르 형제’의 동생 쥘 공쿠르가 1870년 6월 20일 40세로 사망했다. 형 에드몽은 26년 후 74세로 죽었다. 형제는 동생이 죽을 때까지 합작으로, 주로 형이 구상하고 동생이 문체를 다듬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그들은 “역사가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소설가는 현재를 이야기한다”며 당대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한 <제르미니 라세르퇴> 등 자연주의의 선구적 작품을 남겼다. 특히 1851년부터 형제가 함께 쓴 방대한 분량의 <일기> 는 그 자체 19세기 후반 파리의 사회사, 문단사로 꼽힌다. 일기> 제르미니>
아무래도 형제의 이름을 길이 기억되게 한 것은 공쿠르 상이다. 에드몽이 죽던 해인 1896년 그의 유언에 따라 형제가 남긴 유산을 기금으로 에밀 졸라, 플로베르, 알퐁스 도데 등이 아카데미공쿠르를 설립했다. 1903년부터 아카데미공쿠르는 매년 12월 첫째 월요일에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한 해 동안 발표된 산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공쿠르 형제의 이름으로 상을 수여한다. 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쟁쟁한 이들이 공쿠르 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로 105년이 된 이 상의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을 일으킨 작가는 로맹 가리(1914~1980)다. 1956년 <하늘의 뿌리> 로 공쿠르 상을 받았던 그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 으로 다시 이 상의 수상자가 된다. 얼굴 없는 작가로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은, 나중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맹 가리의 유서에 의해서 밝혀진다. 자기> 하늘의>
로맹 가리의 다른 책들도 많이 번역됐지만 짧은소설 16편을 모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는 그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책이다. ‘피가 식기 시작해 이곳으로 날아올 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새들이 페루 해변 모래사장으로 날아가 몸을 던지는 것처럼, 쓸쓸한 인생의 이면들이 단편마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새들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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