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공기업 선진화가 올바르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공기업 민영화 논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운을 뗐다. 여기엔 두 가지 포석이 깔려있다.
공기업 노조 등의 민영화 반대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촛불 앞에 개혁 과제가 멈춰 서서는 안 된다는 다른 편의 목소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모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공기업 개혁을 중단하지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인식은 “민간 못지않게 잘하는 공기업도 있지만, 정부 보조를 받으면서 독점적으로 경영하면서 지나치게 방만하고 처우가 높아 지탄이 많은 공기업이 있다”는 발언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방점이 공기업 개혁 필요성에 찍혀 있는 것이다. 대신 ‘민영화 괴담’의 진원지인 수도 전기 가스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민영화 계획이 없었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개혁이 민영화, 구조조정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들의 개혁 피로감을 염두에 두고 ‘선진화’라는 용어로 부드럽게 순화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기와 속도다.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기업 개혁을 강행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국민의 의사를 물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촛불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혁작업을 늦출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법을 변경해야만 되는 게 있어서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당정이 협의해 법을 바꿀 것은 바꾸는 등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했다. 7~8월에는 공기업 개혁 밑그림을 제시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일정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물론, 대통령 구상의 절대 전제는 정국 안정이다. ‘특별기자회견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발표→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인적 쇄신’ 등으로 이어질 수습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개혁 일정표는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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