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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 깃든 해맑은 童心… 시인들 동시집 출간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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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 깃든 해맑은 童心… 시인들 동시집 출간 '붐'

입력
2008.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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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54) 시인이 다음주 등단 24년 만에 첫 동시집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시인들의 동시집 출간이 잇따른다. 이기철 최승호 김기택 안도현 신현림 최명란 시인 등의 동시집이 쏟아졌던 지난해의 활기가 8개월 가량 공백을 거쳐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 원로부터 신진까지 '시인 동시집'

도종환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 (실천문학사 발행)엔 자연-사람의 공존, 작고 여린 생명에 대한 연민을 주제로 한 동시 55편이 실린다.

지난해 안도현 시인의 첫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을 펴냈던 실천문학사는 그동안 김용택씨의 <내 똥 내 밥> (2005) <콩, 너는 죽었다> (1998)와 임길택씨의 <탄광마을 아이들> (1990) 등 기성 시인들의 동시집을 다수 출간해왔다.

올 2월 출간된 시집 <낙타> 에서 7편의 동시를 선보였던 원로 시인 신경림(72)씨는 연말쯤 이 출판사를 통해 첫 동시집을 낼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인을 필진으로 한 동시집 시리즈 '동시야 놀자'를 내고 있는 '비룡소'는 다음달 중순 '계절'을 소재로 한 이근화(32)씨의 동시집을 시리즈의 6번째 책으로 출간한다.

안도현(47) 함민복(46) 강성은(35) 김민정(32) 시인의 책이 그 뒤를 이을 계획이다. 2005년부터 매년 한 권씩 출간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최승호(54)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제4권도 비룡소를 통해 가을에 나온다.

올 3월 동시집 시리즈를 시작한 '문학동네어린이'는 원로부터 신진까지 아우른 시인들을 대거 섭외,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동시집 출간에 나선다. 안도현 시인이 기획위원을 맡았다.

먼저 11월에 시단ㆍ동시단에서 두루 촉망받는 젊은 시인 이안(41) 박성우(37)씨와 동시작가 곽해룡(43)씨의 동시집 3권이 한꺼번에 나온다. 세 명 모두 첫 동시집이다. 시단의 원로 정진규(69)씨와 중진 김용택(60)씨도 이 시리즈를 통해 책을 낼 예정이다.

■ 동시의 위상 강화 기대

작년 이래 시인들이 부쩍 동시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이 거둔 성과가 직간접적 요인이 됐다는 중론이다. '초판(대개 3,000부)만 팔려도 대성공'이라 할 만큼 침체된 동시 시장에서 최씨의 동시집 시리즈는 1권이 3만 부, 2권이 1만 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동시의 효용을 계몽 아닌 언어유희에 두는 참신한 시도가, 최씨가 시인으로서 쌓아온 명성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 문단 및 출판계의 분석이다.

비룡소가 <말놀이 동시집> 성공에 이어 시인들의 동시집을 집중 출간하는 '동시야 놀자' 시리즈를 출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점도 출판계의 구미를 자극했다.

책임 편집자인 정은정 팀장은 "상투적이고 관성화된 시각과 표현을 답습하는 동시들이 적지 않다"면서 "시인들이 구축해온 독창적 작품 세계를 아이들에게 적합한 눈높이와 소재로 풀어낸다면 개성적인 동시들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기획 의도를 말했다.

5권까지 나온 시리즈 중 의성어ㆍ의태어를 다채롭게 살린 신현림씨의 <초코파이 자전거> 가 1만4,000부, 한자의 모양과 뜻을 재치있게 풀어낸 최명란씨의 <하늘천 따지> 가 5,500부 가량 팔리며 선전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이구씨는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시인들의 참여로 동시가 문학적으로 다채로워지고 동시 독자층이 두터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를 잘 쓴다고 동시도 잘 쓰는 것은 아니어서, 시인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운 동시집도 눈에 띈다"면서 "시인들의 동시 쓰기가 상업적인 일회적 유행에 그치지 말고, 동시를 미학적으로 갱신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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