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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쇼' 하지 않는 정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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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쇼' 하지 않는 정치를 원한다

입력
2008.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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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요즘 국회의원 세비 반납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됐지만 개원도 못했으니 800여만 원의 세비를 받지 않고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당 의원 20여명이 동참했다. 참 기특한 일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개운치 않다. 심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2005년 겨울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 53일 간 장외투쟁을 했을 당시에도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당시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 이러니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야권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화장실 들어가야 할 때와 나온 뒤’가 달라지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최근 경제난 타개를 위해 4조9,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2006년 9월 한나라당 주도로 통과된 국가재정법은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으로 추경 편성 요건을 제한한 바 있다. 그 기준을 이번 추경에 적용하면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니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견제하려다 제 꾀에 넘어갔다”는 비웃음이 쏟아진다.

통합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전당대회 보이콧 논란을 일으킨 영남권 지역위원장 선정 문제가 그렇다. 총선 때만 해도 민주당은 울산 6곳 중 1곳, 대구 12곳 중 2곳에만 출마자를 냈을 정도로 허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원자가 몰렸다. 2010년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라는 뒷말이 있다.

촛불집회 이후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상황에 따라 원칙과 논리가 달라지는 이런 행태가 정치불신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깨달아야 할 때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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