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헬스 프리즘] 마음의 짐도 덜어주는 성형돼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헬스 프리즘] 마음의 짐도 덜어주는 성형돼야

입력
2008.06.19 00:20
0 0

“어디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성형을 소재로 해 최근 인기인 미국드라마 ‘닙턱(Nip/Tuck)’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병원에 찾아온 고객에게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고객은 답을 하다 자신의 신체에 관해 숨겨진 사연을 하나 둘 털어놓고, 결국 몸에서 생기거나 몸으로 나타나는 무의식적 욕망과 고통을 토해낸다.

우리 성형외과의 현실도 이 드라마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은 하나같이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특정 부위를 자르거나(nip), 넣기(tuck)를 원한다. 그리고 현대의 성형외과는 이 모든 요구를 무리없이 현실화한다. 한국의 성형외과는 여기에 가히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성형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미용성형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비인간적 시장이라는 것이다. 성형수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미용성형은 신체의 기능보다는 미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며, 재건성형은 신체의 기능성 회복에 초점을 둔다.

미용성형이 성형 그 자체를 뜻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성형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재건성형에서 유래했다. 기록상으로 BC 6세기경 인도에서 전쟁 중 잘린 코를 재건한 것이 최초의 성형수술이다.

이후 성형외과 수술기법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시기는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후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위해 반드시 전쟁의 상흔을 치료해야 했던 병사들이 수술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항생제 개발과 여러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성형은 단순히 신체의 모양을 바로잡아 주는 ‘재건(reconstructive)’의 개념을 바탕으로 점차 ‘마음대로 형태를 바꾸어(plastic)’ 생활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미용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확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에, 실제 재건성형과 미용성형은 더욱 그 뿌리가 일맥상통한다.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과 좌절감은 때로는 크나큰 강박이 되기도 한다. ‘닙턱’에서 한 환자는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어디냐는 의사의 질문에 “나의 목, 나의 눈 그리고 나의 어리석음”이라고 대답한다.

주름살 제거 시술을 받으러 왔던 환자는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느끼는 자신감 결여와 도태되는 듯한 심정이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심리적 부담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다.

또한 사춘기 시절 유방조직이 비대해져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 거대 유방증이나, 유방암으로 인해 상실한 여성성을 되찾으려는 유방재건수술 환자의 고통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며, 의학적으로도 질병에 속한다.

그래서 이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데에는 과학적 접근과 심미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진정한 ‘재건’이라 함은 기능적 회복과 동시에 아름다움도 회복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의술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성형수술은 특히 시술을 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책임감이 필요한 분야다. 한 번 성형수술을 받은 곳은 절대로 그 전과 똑 같은 상태로 돌이키지 못한다.

수술 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며 후회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따라서 수술결과가 가져올 삶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너무 어린 나이에 수술을 하거나, 중독처럼 성형에 삶을 의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는 환자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성형의 참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어렵지 않다. 성형수술이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듯이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외모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담긴 마음의 짐을 더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말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