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아직도 정부 뒤에 숨은 '오만한 떼쟁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아직도 정부 뒤에 숨은 '오만한 떼쟁이'

입력
2008.06.19 00:20
0 0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재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 물류 마비 사태를 피해 보려고 동분서주하는 것과 달리, 파업의 원인 제공자이자 피해 당사자인 재계는 정부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직접적 수혜자인 재계가 자신들이 나서야 풀릴 수 있는 문제를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얼마 전 사회 원로들이 전경련의 집단이기주의를 비판하며 ‘오만한 떼쟁이’ 습성을 버리라고 말한 이유가 이해된다.

정부는 엊그제 화물차의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1,000억원을 들여 화물차의 영업권을 사들이겠다는 등 화물시장 구조개혁과 표준운임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반면 노동3권 보장등 추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화주들이 적극 나서달라”는 정부의 요청은 허공을 맴돌고 있다. 마음이 급한 정부가 경유값 지원 확대 등의 온건책이든 업무개시 명령 등의 강경책이든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믿고, 재계가 한 발 빼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30대 그룹의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9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겠다니 좋기는 한데, 숫자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역설적으로 투자를 촉구했다. 지금 그 약속은 오간 데 없다. 고유가 탓만 하고 몸을 사릴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과실만 따먹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요즘 전경련의 최대 관심사는 고유가나 물류파업이 아니라 여의도에 새로 짓는 53층 건물의 설계 입찰공고라고 한다. 백마고지에서 낮잠자는 격이다.

화주가 운송료 인상으로 보전해야 할 경유값 부담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니, 그런 느긋함을 가질 만도 하다. 전문가들은 “물류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들이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문제가 풀린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자초하지 않기를, 재계에 당부한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