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우리는 작지만 중요한 교통실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경부고속도로에서 평일에도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는 일이고,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전용차로 이용자의 통근시간을 30분 단축시키는 일이다.
“고속도로에 차선 하나 긋는 것이 뭐가 중요한 일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교통정책의 무게 중심이 대중교통으로 넘어가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에서 오산IC까지 총 44.8km 구간에서 평일에도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려는 것은 수도권지역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 구간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신도시 개발과 난개발이 지속되면서 교통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 남부와 서울을 잇는 남북교통축의 중심구간으로 도로용량을 늘리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가는 여객 통행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데 도로를 새로 만들거나 넓힐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면 공공부문이 취할 수 있는 해법은 명확하다. 인위적으로 통행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면 개인교통수단을 다인승 또는 대중교통으로 전환시켜서 차량 통행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교과서적인 해법이다. 그래서 이 제도를 도입한 당국의 결정은 국민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입한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준비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버스전용차로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전문적인 판단도 필요하고 관련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제도도입의 명분이 좋다고 해도 자칫 준비가 소홀하고 운영이 미숙하면 오히려 더 큰 불편이 초래될 수 있고, 이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도로이용자의 몫이 된다.
평일 버스전용차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사전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통근자들이 기종점에서 버스를 쉽게 탈수 있어야 하고 고속도로 이외의 시가지에서도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노선망과 교통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버스 노선이 통과하는 지자체와 운수업체의 협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전용차로를 설치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진출입로와 갓길 등을 정비하고 필요시 고속도로 유입교통량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양재IC의 한남방향 진입교통을 통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는 전용차로 위반 차량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처럼 9인승 이상에 6인 이상 승차 기준으로는 제대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 넷째는 시행 전에 국민에게 운영내용과 이용요령을 충분히 홍보해서 정작 시행단계에서 이용자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처음 시행하는 제도가 빚을 수 있는 초기의 시행착오나 혼선에 대해서 국민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번 쇠고기 파동을 통해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그것은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하기 전에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는 일이다. 이 제도의 도입취지에서 한계점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국민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제도가 시행되는 7월1일까지 환승시설의 설치나 버스노선의 정비, 나들목 연결부의 교통체계 개선 등 일부 사안은 마무리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로 인한 초기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예정대로 시행하려는 것은 완비될 때가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시행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사전에 국민과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