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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1호 선박'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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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1호 선박' 탄생

입력
2008.06.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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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필리핀 루손섬 남서부 수비크만 경제자유지역. 16년 전까지 아시아 최대의 미 해군기지로 사용됐던 천혜의 바다에 군함 대신 컨테이너선 한 척이 처녀 출항을 앞두고 있었다. 한진중공업의 글로벌 생산기지인 수비크조선소가 속도경영과 빅 싱크(Big Think) 전략을 기치로 내걸고 만들어 낸 ‘1호선’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도약하는 꿈의 첫 결실입니다.” 현지 건조를 진두지휘해 온 박규원(57) 한진중공업 사장의 표정엔 1993년 부산 영도조선소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 기지를 찾아 나선 이후 15년 만에 거둔 결실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리스 디오릭스(Dioryx)사가 주문한 ‘수비크 1호’는 4,300TEU(1TEU는 약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지난해 3월 건조를 시작했다. 1년3개월의 작업 끝에 완성된 1호선의 시운전 결과는 수비크조선소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디오릭스사 간부들은 이달 초 시운전을 지켜보며 “퍼펙트(perfect)”를 연발했다고 한다. 시운전은 선박이 인계되기 전 품질과 운항 안전 등 모든 사항을 최종 점검하는 절차여서 선주사 측이 까다롭게 굴기가 예사가 아니다.

하지만 디오릭스사는 당초 4일간으로 예정됐던 시운전 일정을 3일로 단축할 정도로 만족을 표시했다. 수비크조선소의 선박 건조 ‘품질’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난해 12월 수비크조선소 1단계 공사가 완공됐지만, 과연 고품질 선박을 건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했다. 조선 인프라가 전혀 없는 필리핀에서 선박 지식이 별로 없는 기능인력을 데리고 제대로 만들 수 있겠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첫 작품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컨테이너선을 내놓음으로써 수비크조선소가 고부가가치 창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음을 선언했다.

길이 259m, 폭 32m에 높이가 75m에 이르는 ‘수비크 1호’는 속도경영의 결실이기도 하다. 한진중공업은 업계에서는 드물게 조선소 건설과 선박 생산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도크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육상에서 선박 건조를 시작, 1년3개월 만에 완공한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1단계 공사를 완공해 강재 절단에서 탑재에 이르는 전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연간 22만톤의 철판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370m, 폭 100m의 도크를 갖추고 있다.

한해 4,300TEU급 선박 16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하반기 중 길이 550m, 폭 135m의 도크를 갖춘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한해 67만톤의 강재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이는 한해 선박(4,300TEU급 기준) 46척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박규원 사장은 “올해 하반기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수비크조선소 가동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 조선 1번지인 부산 영도조선소와 전략적으로 연계 운영,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소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정부도 수비크조선소의 도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7월 4일 명명식에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다. 필리핀 경제에서 수비크조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현재 한진중공업이 수비크조선소에 들인 돈은 7억달러로, 수비크 경제자유구역 전체 외국인 투자실적의 절반이나 된다.

수비크(필리핀)=김승일 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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