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8일 불법 이민자를 최장 18개월 동안 구금하는 등 이민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켜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010년 발효될 예정인 이 법안에 따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사법 당국은 재판 없이 불법 이민자를 최장 18개월간 구금할 수 있다. 당국은 불법 이민자를 적발할 경우 우선 한 달 간의 유예기간을 준 뒤 별도의 구금 시설에 6개월 간 구금할 수 있으며 불법이민자가 당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금 기간을 1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특히 불법 이민자가 한번 추방되면 원칙적으로 5년 이내에는 재입국도 금지된다. 그동안 불법이민자들의 구금기간은 프랑스 30일, 스페인 40일, 헝가리 1년 등 최장 1년을 넘지 않았다.
EU 회원국이 이 같은 규제안을 마련한 것은 유럽 각국에서 불법 이민자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1,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불법 이민자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의회는 최근 "영국 집값 상승의 원인은 이민자"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도 크다. 의회 내에서도 좌파 성향 의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초안을 마련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좌파에 속하는 기유스토 카타니아 의원은 "불법 이민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최장 18개월 구금을 허용하는 것은 유럽 문명사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구금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행해져야 한다"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규제안 통과 소식을 들은 인권 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 헌장에 이민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 이민자의 인권 보호를 요청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구금보다 중요한 것은 이민자를 안전하고 품위 있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유럽의회의 규제안은 현재 유럽 각국이 실시하고 있는 이민자 정책에서 도리어 후퇴한 결정"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유럽에 많은 이민자를 두고 있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도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유럽에서 내쫓길 수 있다는 우려로 불만이 가득하다.
유럽의회는 하지만 "구금자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린이나 자녀가 있는 가족은 피치 못할 경우에만 구금하는 등 이들의 인권을 고려한 법안"이라고 대응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유럽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20여만 명이 체포됐고 이중9만여 명이 추방됐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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