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하지 않고선 적자생존의 시대에 살아 남기 어렵다는 뜻과도 통한다. 기업들이 앞 다퉈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경영에선 사업 다각화가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종종 회자된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과감히 거부하고 한 우물만 판 끝에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다. 탁월한 뚝심으로 한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CEO들을 만나보자.
국내 할인점 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이경상(60) 대표는 1975년 삼성 공채로 입사한 이래 신세계에서만 34년째 근무하고 있다. 관리형 CEO로 통하는 그는 경영 인프라 구축과 회계의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오늘날 이마트를 업계 정상에 올려 놓았다.
2006년 인수한 월마트코리아의 16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2년까지 국내 160개, 중국 70개 점포망을 구축해 글로벌 유통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박규원(57) 한진중공업 사장은 1975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설계부 계장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바다에서 배와 함께 인생을 설계했다.
해외 조선소를 방문해 숙소를 오갈 때도 배를 교통수단으로 애용할 만큼 박 사장의 배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업계 1위에 오르기까지 컨테이너선은 물론, LNG선과 케이블선 등 각종 선박설계기술의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선박설계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다. 한진중공업이 고도의 기술집약형 선박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도 박 사장의 뚝심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도자기 업계의 선두주자인 한국도자기 김동수(73) 회장 역시 외길 경영을 걸어왔다. 1959년 부친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은 김 회장은 작지만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경영을 추구한다.
올해 창립 64주년을 맞은 한국도자기가 어음 발행 없이 현금 결제만으로 부채비율 ‘0%’라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함께 높은 대외 신용도를 자랑하는 것도 김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고객에게 신뢰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6시그마’ 등을 적극 도입, 품질혁신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뚝심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광동제약 최수부(73) 회장도 제약업계에서 한 우물 인생을 걸어온 대표적인 CEO다. 서울 용산에서 ‘경옥고’(보약) 외판원으로 일하던 1963년 서울 용산에 30평짜리 공장을 짓고 오늘날의 광동제약을 일궈냈다.
국민음료로 자리잡은 ‘비타500’은 2005년 한해에만 5억병을 팔아 당시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박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4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제대로 된 품질로 승부한다’는 뚝심으로 광동제약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경영인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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