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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파리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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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파리대왕

입력
2008.06.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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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골딩/민음사

영국의 작가 윌리엄 골딩이 1993년 6월 19일 82세로 사망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골딩의 작품은 1954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처녀작이자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파리대왕> 이다. ‘파리대왕’은 원서의 제목인 ‘Lord of the Flies’를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그 영어는 고대 이집트나 중동지역의 신화에 등장하는 바알제붑(Baalzevuv, 혹은 벨제버브ㆍbeelzebub)을 뜻대로 풀이한 것이라 한다. ‘곤충의 왕’이란 뜻의 바알제붑은 이들 신화에서 폭식(暴食)의 신이었고, 성서에서는 파리의 몰골을 가진 가장 미천한 악마의 우두머리로 비유된다. 파리대왕을 우리말로 의역하면 곧 악마, 마왕인 셈이다.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원을 찾아내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골딩의 말처럼 <파리대왕> 은 그 제목으로 상징하는 인간의 악마성을 다룬다. 핵전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후송되다 비행기 사고로 대양의 무인도에 떨어진 한 무리의 영국 소년들. 골딩은 다섯살부터 열다섯살 나이의 이 소년들이 섬에서 겪는 이야기를, 문명을 되찾아가는 모험담이 아니라 끔찍한 인간 본성의 묵시록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최초의 공포심 대신 야만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다운 천진성이 아닌 상호 배제와 폭압적 권력이 위계를 이루며, 이성의 발휘에 의한 공동체의 건설은커녕 가학과 살인까지 벌어진다. 소년들 사이에 소녀들이 없어 성욕의 어두운 그림자만 나타나지 않을뿐, 온갖 ‘내 안의 악마’들이 날뛴다.

소설 속에서 파리대왕은 말한다. “넌 그것을 알고 있었지?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란 것을. 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란 말이야. 왜 모든 것이 틀려 먹었는가, 왜 모든 것이 지금처럼 돼버렸는가 하면 모두 내 탓인 거야.” 작가 골딩은 파리대왕의 입을 빌어 악마성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일부라는 비관적 인간관ㆍ사회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벌이 꿀을 만들어내듯이 인간은 악을 만들어낸다”고 믿었다는 작가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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