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이상 이어진 촛불집회의 여진이 만만치 않다.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촛불집회를 이끈 원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촛불이 역으로 의사 표현을 제약하는 도구가 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6ㆍ10 촛불대행진’ 이후 물류파업과 민주노총의 하투(夏鬪)가 겹치면서 촛불집회는 민생시위에서 정치시위로 변화했다. 반대 의견이 없는 정치시위란 있을 수 없는데,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촛불에 대한 반대나 문제 제기를 척결해야 할 악으로 몰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촛불집회에 대해 “불장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데게 된다. 촛불장난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그의 표현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치집회에 피로와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앞뒤 문맥으로 보아 그들의 생각을 표현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시민이 밤을 새운 촛불집회를 장난으로 폄하했다”며 전의를 부추기며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게 선동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08 OECD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한다.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의 원동력이 인터넷이었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거두절미한 채 ‘독’이라는 단어만 부각시켜 ‘대통령이 촛불집회를 독으로 여기고 있다’거나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저의’라고 외치는 데서도 네티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5월의 촛불집회는 보수나 진보와 무관하게 공감을 얻었고,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그 앞에 머리를 숙였다. 민생집회가 정치집회로 변하는 순간 그 동력이 현저히 약해진 것은 ‘촛불집회=진보세력’이 아니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촛불집회가 국민의 공감을 얻은 것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 때문임을 잊으면 안 된다. 촛불집회의 한 켠에서 이를 반대했던 1인시위자를 윽박지르고 모욕한 것도 잘못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촛불이 밝힌 민주정신의 참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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