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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생활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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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생활소음

입력
2008.06.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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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음악을 오래도록 멀리하고 살았다는 반성이 되었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풍만해지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라디오를 끼고 살았고, 음반을 모으지는 않았지만 카세트테이프(요즘 어린 세대는 이게 뭔지도 모를 테지만)를 사 모았다. 음악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했다.

언제부터 음악을 멀리했나? 결혼하고부터인 것 같다. 계속 도시에서 살았고 음악을 크게 틀 수 없는 집을 전전했다. 어딜 가나 소음이 따라다녔다. 설거지소리 세탁기소리 컴퓨터소리 등등 생활소음도 벅찬데 소음덩어리 같은 아이가 태어났고, 아내의 잔소리는 오케스트라 뺨쳤다. 도시에 사는 이상 소음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니 거기다 음악까지 추가할 마음이 전무했던 게다. 오로지 조용한 것을, 제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를 염원했다.

너무 삭막하게 살았어. 우아하게 음악도 들어주고 그래야 되는데. 옛날에 좋아하던 노래 하나를 틀었는데, 아이가 뭘 자꾸 묻고, 아파트 양쪽 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귀 따갑게 들려오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귀 속에서 전쟁이 난 것 같다. 견디다 못해 음악을 중지했더니, 살 것 같다. 음악은 잊었지만 생활소음에는 익숙해진 것이다. 하기는 생활소음처럼 위대한 음악이 어디 있으랴.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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