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과 자장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갈등을 해결해보겠다고 등장한 게 짬짜면일 텐데, “어떻게 이토록 놀라온 생각을!”이라는 환호도 한때, 대중화에 실패한 것 같다. 사실 짬짜면은 두 음식을 섞은 게 아니라, 한 그릇에 따로따로 담아놓았을 뿐이다. 둘 다 먹은 만족감보다는, 둘 다 잘못 먹은 아쉬움이 드는가 보다. 반면에 소주와 맥주의 결합은 점점 사랑 받고 있는 듯하다.
맥주 소주 둘 다 마시고 싶거나, 맥주는 약해서(혹은 배불러서) 소주는 세서(혹은 위장이 놀래서) 등등의 이유로 갈등이 심하던 분들이 섞어 마시기 시작한 모양인데, 섞음으로 인한 뒤끝에 대한 우려를 이겨낸 분들이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기는 소맥의 성공은 폭탄주 문화의 융성에서 기인할 수도 있겠다.
이것저것 다 섞어 마시는 판에 소주 맥주 섞는 게 폭탄주 축에나 들겠는가. 하여간 짬짜면의 실패는 본질적으로 섞일 수 없는 것을 섞은 체 했기에 둘 다 따로 놀게 돼버린 것이고, 소맥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섞임이 가능한 것(알코올)을 섞었기에 독특한 융합의 맛을 내게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섞임을 갈등해야 하는 순간에 생각해볼 일이다. 짬짜면이 될 것이냐, 소맥이 될 것이냐를.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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