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에도 해법은 있었다. 고통을 나누고, 미리 대비해 타협을 이끌어낸 업체들이다. 화물연대 운송거부사태가 자칫 장기화 기미마저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토해양부는 17일 오후 5시까지 전국의 23개 개별 사업장에서 운송료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타결업체가 하루만에(16일 18개 업체) 5개 늘어난 것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화물운송료 협상 타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 23개 업체의 운송료 인상률은 8~29%에 이르고 있다. 이중 5개 업체는 화주, 차주, 운송업체 중 2곳만 합의한 곳이다.
타결 업체들의 인상률은 지역별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지역 업체간 또 화물차주간 눈치보기가 극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상에 합의한 업체들은 자칫 명단이 알려질 경우, 화물연대 측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극도로 노출을 꺼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번지는 물류대란 속에 이들 업체가 타협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고통분담형. 타결 현황자료에 따르면 ▦운송비 인상률을 1~10%로 합의한 업체는 7개 ▦11~20%가 8개 업체 ▦21~29%가 7개 업체로 나타났다. 이들 중 20%이상의 업체는 대부분 인상분을 화주와 운송업체가 나누어서 부담하기로 한 곳이다.
28%라는 운송비 인상에 합의한 충남의 한 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유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화물차주의 인상요구를 무조건 무시만 할 수 없었다”며 “30%에 가까운 인상률이 부담되지만 부담을 운송업체와 화주가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물류대란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이뤄져 ‘상생’의 길을 찾은 셈이다.
둘째 유형은 유비무환형. 사실 10%이하의 운송료 인상에 합의한 7개 사업장은 차주 입장에선 분명 ‘기대이하’다. 화물연대의 요구 인상률이 30~40%이고, 정부의 타협안이 9~13%인 점을 감안해도 매우 낮은 인상률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지난해부터 유가가 급등할 때 마다 3-5%정도 이미 운송비를 올려줬다. 준비를 미리 단단히 해왔던 셈이다. 11% 인상에 합의한 대전의 한 업체 관계자는 “고유가로 언젠가 이 같은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했다”며 “회사 경영진이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미리 준비한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협상을 타결한 업체들도 최근의 물류대란이 어디까지 번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화물연대 내부에서는 개별 사업장에서 운송료 협상이 타결됐더라도 본부 차원이 아닌 경우, 무효화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협상을 타결한 한 업체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이룬 합의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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