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인가. 최근 거론되는 ‘심대평 총리 영입설’에 대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의 입장 표명엔 사뭇 다른 뉘앙스가 느껴진다.
두 사람 모두 “총리 제안이 없었다”는 데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후의 발언과 대응 태도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총재는 16일 출근길에 ‘청와대 회동 때 얘기가 없었더라도 앞으로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정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고 넘어갔다.
당내에선 이 총재가 말을 아끼는 것을 심 대표를 총리로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 관계자는 “심 대표의 총리 기용은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보수대연합’이란 큰 틀 속에서 결합한다는 의미인데 이 총재는 현재로선 ‘견제야당’으로서 할 일이 더 많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심 대표 총리 기용 반대가 기본입장이지만 대선 때 정치적 파트너였던 심 대표에 대한 정치적 예우 차원에서 말을 아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심 대표는 연일 발언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17일 자신의 총리기용설과 관련 “선발투수감이라 하더라도 구원투수가 필요하면 구원투수로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9회말 투아웃 위기상황인데 감독이 정한다면 선발투수라 해도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올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는 전날 “국가가 당론보다 우선한다”고 밝힌 데 이어 거듭 총리직 수용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그는 “현 상황은 정계개편 틀이 아니라 심대평이라는 개인 역량 때문에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에게 모종의 결단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다소 불편한 듯 보이는 두 사람 관계는 심 대표의 당내 입지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선진당은 심 대표가 이끌던 국민중심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했지만 총선 이후 이 총재 원톱체제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심 대표가 총리기용설을 계기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는 인사권을 쥔 청와대의 의중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당의 간판 주자들이 엇박자를 내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