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지도자가 없다.”
세계 지도자들이 국제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계인들이 내놓은 답이다. 특히 자국 내에서도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서방 주요 지도자들이 국제적으로도 러시아나 중국 지도자들보다 신뢰를 얻지 못해 서방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PIPA)이 운용하는 월드퍼블릭오피니언이 20개국 1만9,751명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지도자 8명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신뢰도가 40%를 넘은 지도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5%로 가장 높았고, 국가 지도자 중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32%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브라운 총리(30%),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28%), 사르코지 대통령(26%)이 뒤를 이었으며 부시 대통령은 평균 23%의 신뢰도를 얻는 데 그쳤다.
부시 대통령보다 신뢰도가 낮은 지도자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22%)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18%)이었다.
이 같은 글로벌 지도력의 부재는 금융위기, 식량 파동, 고유가 등 세계경제 위기와 이라크전 등 전쟁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탓이 크다.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는 신뢰도가 과반수를 넘긴 지도자가 한 명도 없었고, 터키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에서는 거의 모든 지도자의 신뢰도가 10% 내외에 불과했다.
서방 언론은 낮은 신뢰도 속에서도 푸틴 총리가 서방 지도자를 제친 대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80%) 뿐 아니라 중국(76%) 우크라이나(59%) 한국(54%) 이란(48%) 인도(44%)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조사 결과가 민주주의 전파를 핵심 외교정책으로 삼았던 부시 행정부에 심각한 경고등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래리 다이아몬드 연구원이 최근 포린어페어스 지에 기고한 글에서 “냉전 이후 확대됐던 자유의 물결이 정체돼 ‘민주주의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한 대목과 같은 맥락이다.
푸틴 총리의 인기는 러시아의 경제성장에서 비롯됐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반미주의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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