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봉하마을이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전산망에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대량 복사해 갔는데, 새 정부의 양해를 구했는지 여부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국방ㆍ외교 등 국가기밀자료의 포함 여부에도 말이 서로 다르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신ㆍ구 정부 간 감정싸움과 정치공세가 계속돼 국민은 의아스럽고 짜증스럽다.
그간의 발언을 살피면 “노 전 대통령이 일부 자료를 복사하겠다 해서 양해했는데 그렇게나 많이 가져갈 줄 몰랐다”는 것이다. 당연히 양해를 했다 안했다의 다툼이 있을 만한 대목이고, 관련 법률 위반 여부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40만여명에 이르는 인사파일 가운데 국가기밀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와대의 대응에 어설픈 면이 없지 않다. 인사자료를 통째 들고 간 것도 아니고 복사했는데, 그 때문에 공직자들의 인사검증이 어려웠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자료들을 이용하려면 노 전 대통령이 만든 ‘e지원’시스템으로만 가능하고, 그것은 독립된 서버여서 인터넷 해킹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여당의 대표가 ‘수도를 봉하마을로 옮겼느냐’고 힐난하는 투의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대응도 답답하다. 측근들의 말처럼 자료들이 ‘청와대 재직시 온라인 소식지를 보내던 인사들의 명단’ 정도라면 내용을 청와대에 설명하고 다시 양해를 구하면 될 것이다. ‘나는 거리낄 게 없으니 마음대로 해보라’는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 역시 정치공세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업무전산망이 ‘e지원’에서 현 정부의 ‘위민’시스템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국가기록 관리에 관한 원칙을 지키되 상식과 예의를 존중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 측에 ‘e지원’ 사용 중단과 자료 반환을 요구한 것은 상식이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필요한 자료에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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