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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자원이 부메랑으로

입력
2008.06.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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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

석유 식량 등 원자재 가격 폭등은 수입국에만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수출국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일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를 효율적으로 관리ㆍ분배할 정치ㆍ사회적 시스템과 컨센서스가 없다 보니 정치권과 생산업자 간 과실 수혜를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지는가 하면,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인플레를 유발해 내수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급격한 통화 강세를 불러와 역시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서민은 서민대로 부의 분배에서 제외된 데 따른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에너지와 곡물 수출 대국인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자원 불로소득을 놓고 정치권과 업계가 연일 추잡한 싸움을 벌이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급등하는 인플레로 신음하고 있다. 남아공,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소득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서민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폭동, 파업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과거에는 석유가 있는 중동과 광물이 풍부한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생겼던 이런 현상이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업자들의 파업, 무능한 정부정책, 과실 다툼 등 정치ㆍ경제ㆍ사회적 긴장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자원의 저주’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황기에 나타나는 자원 수출국들의 양극화 현상은 ‘자원의 저주’가 낳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소득 재분배에서 소외된 빈곤층은 다른 식량, 에너지 등의 가격 급등으로 생계비가 오르면서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이는 사회 불안으로 직결된다.

브라질과 러시아 정부가 원자재 폭등을 국가채무를 줄이고 정부 재원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자원의 저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넘치는 현금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지만, 이 때문에 2004년 이후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45%나 오르면서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풍요의 역설’(1997년)에서 석유수출국들의 딜레마를 경고했던 테리 린 칼 스탠퍼드대학 정치학 교수는 “수출 호황은 정부가 다루기에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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