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을 앞두고 한승수 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모두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최근 류 실장의 유임설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고(長考)가 류 실장의 거취와 연결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류 실장의 교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일종의 반성이자, 국민의 불만을 진정시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일종의 전략적 결단이다. 따라서 류 실장의 교체론은 대세였다.
하지만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취임 후 손발을 맞춰 온 청와대 수석 상당수가 류 실장을 엄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 진영에서도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없다” “인재 풀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내심 류 실장의 잔류를 바라는 플레이다.
한나라당 주류의 한 소장파 의원은 17일 “인적쇄신의 핵심은 권력 시스템의 분산인데 류 실장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류 실장 엄호론은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우군인 류 실장이 빠지는 데 대한 권력적 측면의 계산도 자리잡고 있다.
적임자가 마땅치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유력 후보인 윤여준 전 의원은 이 대통령보다 고령이고 윤진식 전 장관은 한국금융지주 회장으로 간지 얼마되지 않아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박세일 전 의원은 선진화론의 대가로 보수의 대표적 학자지만, 그런 카리스마가 오히려 팀워크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류 실장을 유임시키는 것도 부담이다. 야권은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가 류 실장의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역류했다가 인적 쇄신 전체의 틀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우리의 뜻을 충분히 전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류 실장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라는 비유로 이 대통령의 고민을 설명했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인적 쇄신의 발표 시기와 관련,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며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어느 정도 일단락 지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협상이 지연된다고 해서 인적 쇄신안 발표를 이에 맞춰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금주 중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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