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요즘 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 친환경차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유가 급등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수소를 이용한 신형 연료전지차를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전기차 동력인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합종연횡 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처하면서, 머지않아 대세가 될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계산이다.
개발 단계를 넘어 상용화의 막이 열리기 시작한 차세대 친환경차는 크게 두 종류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물로 만들 때 생기는 전기로 달리는 ‘연료전지차(수소자동차)’와 가정용 전기로 충전해서 쓰는 ‘전기자동차’다. 둘 다 배기가스 ‘제로’다.
수소자동차 보급의 스타트는 혼다가 끊었다.
혼다는 16일 첫 세단형 수소자동차 ‘FCX 크래러티(clarity)’를 완성해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수소차는 연료저장탱크와 발전장치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크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FCX 크래러티는 세단형이면서도 주행거리 620㎞, 최고 시속 160㎞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월 600달러(61만원)를 내고 3년 계약 리스로 사용할 수 있다. 3년 내 200대 리스를 목표로 미국에 이어 이번 가을에는 일본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도요타자동차도 이달 중 신형 SUV형 수소차 ‘FCHV 어드밴스드’를 내놓는다. 연내 일본에서 리스 판매를 시작할 이 차는 충전수소압력을 기존 350기압에서 700기압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번 충전 후 최대 주행거리가 830㎞다. 닛산자동차도 2010년 초에 수소차를 미국,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마쓰다, 스즈키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차 상용화 시기를 좌우할 리튬이온전지 개발에서는 이미 국경이 사라졌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9월 합작회사를 설립,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를 생산ㆍ판매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은 일본 산요(三洋)전기와 손잡고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키로 했으며 히타치(日立)제작소는 미국 제너럴모터스에 전지를 공급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마쓰시타(松下)전기와 만든 합작회사를 통해 2010년부터 리튬이온전지를 생산, 가정에서 충전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에 탑재할 계획이다.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전지업체 GS유아사 등과, 닛산자동차는 NEC와 합작 개발한 전지를 이용해 각각 2009년, 2010년 전기차를 내놓는다. 미쓰비시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과 전기차 기술 제공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친환경차 상용화의 막은 열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문턱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조만간 선보일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는 휘발유 자동차와의 가격 차이를 많이 줄였다고 해도, 값비싼 하이브리드차용 니켈수소전지보다 5~6배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가 내놓은 수소차의 생산가도 수억원대다.
양산 체제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도 관건이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혼다 사장은 “양산 체제를 갖춰 생산가를 10년 안에 1억원대 이하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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