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지역 언어의 헌법상 지위를 인정키로 한 결정을 두고 국민 통합을 위해 단일 언어 사용을 주장해온 보수단체와 지역 언어 사용자 간에 ‘언어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17일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회(하원)는 지난달 ‘각 지역 언어들도 프랑스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상원이 16일 이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자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국가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심대한 공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 언어 사용자들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국수주의적 발상”이라고 맞대응해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지역 언어인 옥스어 연구기관의 데비스 그호스클로드 회장은 “프랑스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비난했다.
프랑스는 5공화국 헌법이 ‘프랑스어만이 국가의 유일한 공식 언어’라고 명시한 이후 줄곧 경직된 표준어 정책을 펼쳐왔다. 영국이 웨일스어와 스코틀랜드 게일어 보호 정책을 펴는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이 지역 언어를 보호해온 것과 달리, 프랑스는 지역 언어로 된 유럽 헌장의 비준조차 거부했다.
프랑스 내에는 브르타뉴어, 알사스어, 오크어, 코르시카어 등 총 75개의 지역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1930년대 이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가족과 대화할 때 지역 언어를 사용할 정도였으나, 정부의 강경한 표준어 정책으로 사용자가 급감했다. 유네스코는 프랑스 지역 언어가 “사멸 위기에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지역 언어인 오크어와 알사스어의 경우 최근까지도 각각 60만 명, 50만 명이 넘는 프랑스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지역 언어는 여전히 프랑스 언어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수 언어 사용자들은 이익집단을 형성해 지역 언어로 교육하는 학교를 세워줄 것을 요구하는 등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브르타뉴 지역구 출신의 한 의원은 “브르타뉴어나 알사스어로 말하고 노래한다 해서 조국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 언어 보호를 촉구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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