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에서 일본 도요타의 고급승용차 렉서스를 세계화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렉서스와>
프리드먼은 세계의 절반은 세계화 체제에 성공하기 위해 개방과 무역으로 보다 나은 렉서스를 만드는 일에 힘쓰고, 나머지 절반-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은 누가 어떤 올리브나무를 차지하느냐는 싸움에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브나무 세상의 나라들이 렉서스 세상에 진입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그는 ‘황금구속복(golden straitjacket)’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에 편입되는 정치ㆍ경제적 의복을 뜻한다.
▦황금구속복을 입고 싶은 나라는 무역 자유화,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투자 자유화 등 특정경제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황금구속복만이 경제 발전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황금구속복 이론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핵심을 요약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18세기 애덤 스미스와 그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학의 주류가 됐다.
무역장벽을 낮춰 교역을 촉진하려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쟁도 신자유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부자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시장개방을 강요하기 위한 사악한 논리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에서 “부자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방과 무역자유화를 설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쁜>
자신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후발국이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과거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관세와 외국인 투자제한 조치를 썼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 순 전 부총리가 최근 “미국 등과의 FTA가 타결되면 대외경제주권 상실 등 엄청난 부자유에 묶이게 될 것”이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미FTA 문제로 다시금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개방과 FTA 체결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은 없다’는 개방 만능주의는 전략산업 육성과 반세계화를 부추기는 부의 불평등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선진국과 경제개발에 성공한 국가들이 전략적인 개방정책을 쓴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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