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증시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작년 10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의 권유로 중국 펀드(거치식+적립식)에 가입했던 K씨는 올 들어 속만 태우고 있다. 11월 중순까지는 1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그의 중국펀드는 올 초 중국증시의 급락으로 -30%까지 수익률이 떨어졌다. 환매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각 증권사에서는 “지금이 저점”이라며 환매하지 말 것을 종용했고, 실제로 4월에는 손해가 -13%까지 줄기도 했었다. 그러나 1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3,000선까지 내줬고, 다음날에는 2,900선도 맥없이 붕괴됐다. 그의 펀드 수익률도 -25%로 다시 고꾸라졌다.
최근 중국증시의 급락은 ‘증시 대지진’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수많은 금전적 ‘사상자(死傷者)’들을 배출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의 문제는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중국 펀드를 지금 환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진짜 문제는 국내외 증권사 전망을 더 이상은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올 초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을 웃돌 때부터 증권사들은 ‘저점 매수’를 외쳤다. 이는 무엇보다 현지 상황을 직접 챙길 수 없는 외국 증권사로서의 한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중국현지 전문가들은 자국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 증시가 3,000선을 내주던 12, 13일 상하이 현지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을 방문한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현지 기관들의 중국 증시 전망이 더 어두웠다”고 소개했다. 허 연구원은 “특히 실제 자금을 운용하는 현지 펀드 매니저들의 시각이 더욱 부정적이었다”며 “환매를 권할 상황은 아니지만 보수적 접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올해 중국 증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은 것은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물론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지만 중국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있고, 또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 주가가 쉽게 싸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
이들에 따르면 2008년 중국기업의 이익증가율(CSI 300지수 기준)은 전년 대비 25% 수준인데, 향후 2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MSCI 차이나 기준 실적 증가율은 작년 12월 22%에서 현재 17%대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도 단기간에 극복되기 힘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펀드 매니저들은 “수치상으로는 하반기에 인플레가 완화되겠지만 이는 비교시점의 물가상승률이 높은데 따른 기저효과성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고 수요가 진정되는 2009년에는 실질적인 물가 안정이 가능하다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그러나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를 지금 환매해야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래도 멀리 보는 중장기 투자는 가능하다는 것.
그 근거는 ▦인플레 상황 속에서 중국만 유독 환율 절상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대기업 위주로 산업재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 ▦상장기업 대부분이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이었다.
허 연구원도 현지 전문가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그는 “이번 방문성과를 종합해본 결과 인플레 완화가 좀더 가시화되기까지 추가매수를 미루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인플레 증가율이 9~10%를 넘거나 중국이 갑자기 적극적인 정책 개입을 할 경우 증시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 증시 PER(주가수익비율)이 20배 수준으로 역사적 최저치였던 15배에 거의 근접했다”며 “만일 언급한 돌발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추가 조정폭은 현 시점의 5%를 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 매수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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