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ㆍ자동차 도시) 내 고객센터. 한 쌍의 중년 부부가 들뜬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번호가 전광판에 입력되자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스바겐 직원에게서 소형 SUV ‘티구안’을 넘겨받은 부부는 직접 번호판을 부착한 뒤 기념촬영을 하면서 새 가족과의 첫 만남을 즐겼다.
폭스바겐 고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전체 고객의 3분의 1은 바로 이곳에서 자신의 차와 첫 대면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자동차도 구입하고 관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건설된 아우토슈타트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 아우토슈타트는 자동차 생산공장과 출고장을 한 곳에 묶은 자동차 테마파크다. 25만㎡의 넓은 부지에 4억3,000만유로를 투자해 건설한 폭스바겐의 대형 홍보센터이기도 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쌍둥이 빌딩 구조인 48m 높이의 자동차 타워. 400대의 자동차를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이 타워는 전망대 역할도 겸하고 있다. 고객 주문 차량이 완성되면 일단 이 타워에 보관했다가 지하터널을 통해 고객센터까지 이동시킨다.
클래식 자동차 전시실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공간. 골프, 비틀 등 폭스바겐 히트 모델의 초창기 차량은 물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유명 차량도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관광객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100만번째 비틀 기념 차량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포르쉐와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카 등 각종 클래식카도 근거리에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소형 승용차‘미니’의 초기 모델은 생산업체인 BMW도 보유하지 못한 아우토슈타트의 대표적인 ‘희귀 아이템’이다. BMW가 거액의 인수제의를 했으나 거절 당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교육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오토랩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 자동차를 디자인해 볼 수 있다. 어린이 면허증 취득 프로그램, 성인들을 위한 경제적 운전법과 안전 운전법 트레이닝 코스 등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공장인 폭스바겐 본사 공장을 셔틀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아우토슈타트 프로젝트는 1994년에 구상됐다. 당초 고객과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고 흥미로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본사와 공장 업그레이드 계획이었다. 하지만 98년 본사 인근의 하노버시가 ‘엑스포2000’ 개최권을 획득하자, 폭스바겐 그룹은 당초 계획을 거대 자동차 테마파크 건설 계획으로 변경했다.
아우토슈타트는 2000년 6월1일 ‘하노버 EXPO 2000’ 개막에 맞춰 문을 열었다. 개장 첫해부터 예상의 두 배가 넘는 23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았고, 지금도 평일 5,500명, 주말 1만5,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해외관광객 비중이 7%에 이르면서 16개국 언어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또 아우토슈타트의 고용인원만 1,400여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아우토슈타트에서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슈나이더 박사는 “이 곳은 가시적 영업실적이 아니라 고객과 회사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방문객들이 느낀 동질감은 결국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아우토슈타트 관광은 독일 자동차 문화가 얼마나 고객 친화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했다. 영업점에서 기계적으로 차를 인도 받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부럽기만 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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