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수요기획> (오후 11시30분)이 카스트(인도의 계급제도)의 굴레 안에서 직업과 가난까지 대물림 받은 열 두 살 소년 산딥 샤하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요기획>
힌두교 최대의 성지인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 유역엔 하루 100구가 넘는 시신이 각 지역에서 운구 된다. 시신을 화장한 후 이곳에 뿌리면 과거의 모든 업(業)을 씻고 번뇌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산딥 샤하니는 이들의 마지막 길을 안내하는 뱃사공. 산딥은 유가족을 태우고 고인의 영혼을 떠나 보내며 안식을 기도한다. 또래 아이들에게 어머니를 보내는 법을 설명해주고, 가족을 떠나는 슬픔을 말없이 지켜봐 준다.
갠지스 강 관광객들도 산딥이 맞이해야 할 주요 손님이다. 선주에게 배 임대료를 떼어주고 하루에 버는 돈은 약 100루피, 한국 돈 2,500원 정도다. 하루 종일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이는 중노동치곤 턱없이 낮은 임금이다. 어쩌다 노가 부러지거나 손님이 없을 땐 하루쯤 일을 쉬고 싶지만 뱃사공이었던 아버지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며 불호령을 내린다.
다른 도시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인도는 엄연한 계급의 관습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 법적으론 계급 제도가 철폐됐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빨래꾼, 목동, 뱃사공 등 직군에 따라 직업을 대물림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샤하니’라는 성은 뱃사공을 뜻하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이미 ‘뱃사공이라는 다르마(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딥의 동갑내기 친구 써니도 목동의 다르마를 타고 나, 부족한 생활비는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팔며 충당하고 있다.
현실에서 좋은 업을 쌓으면 다음 생에는 좀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난다는 전통 교리를 믿고 싶지만 산딥의 하루하루는 고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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