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부산 신 감만부두 운영사인 ‘동부 부산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들어온 환적 화물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다. 머스크사를 비롯 MOL, MSC, 코스코 등 외국 선사들의 컨테이너가 다른 항으로 실려 나가지 못한 채 며칠째 그대로 서 있다. 환적화물의 30%만 운송되고 나머지 70%는 그대로 이 곳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화물의 44%가 환적 화물인 부산항은 ‘동북아 최대 환적항’. 부산항은 지난해에만 환적화물 580만TEU(1TEU는 약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처리했다. 개당 12만원씩 총 6,96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물류대란과 함께 외국 주요 선사들이 부산항 기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현 추세대로라면 부산항이 ‘동북아 최대 환적항’으로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외국 주요 선사들의 부산항 취항 기피 소식은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일본 해운업체인 MOL은 17일 최근 부산항 환적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 MOL은 부산항이 컨테이너 환적 기능을 잃은 만큼 다른 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 시핑도 환적항 변경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이번 주말이면 한계 상황에 도달해 기항 기피나 환적 기지 이동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03년 5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때 중국ㆍ일본으로 기항지를 바꿨었다. 세계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사도 사태의 추이를 살펴가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이어서 최악의 경우 환적 기지 이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전적으로 환적 화물이 적체 때문인데 부산항 온도크야드 장치율이 북항의 경우 평상시 72.1%에서 85.6%, 신항의 경우도 41%에서 50.9% 등 전체적으로 69%에서 75.5% 확대돼 정상적인 항만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평상시 3만4,288TEU였던 부산항 전체의 하루 컨테이너 화물 반출입량도 파업 이후 1만2,000TEU까지, 40% 수준으로 적어졌다.
다행스런 것은 국내 해운사들이 아직 환적기지 이동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항만 마비 사태가 한달 이상 지속되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운송 거부사태 이후 자체 준비를 한 만큼 환적기지의 해외 이동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밝혔다. STX팬오션 관계자도 “현재 부산항에서 하역이 불가능해 임시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국내 다른 항으로 환적기지를 옮길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해외 이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하주사무국 백재선 국장은 “이번 화물운송업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동북아 최대 환적항이라는 부산항의 신뢰도에 직격탄을 줄 것”이라며“한때 세계 최대 환적항이었던 일본 고베항이 1995년 지진으로 인해 안정성 문제가 불거진 후 지금껏 그 자리를 되찾지 못할 걸로 볼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손재언기자 chin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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