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목동구장서 벌어졌던 히어로즈-KIA전은 프로야구 사상 첫 ‘무박 2일 경기’로 기록됐다. 경기 도중 폭우로 중단됐던 53분을 더하면 이날 경기 시간은 무려 6시간23분이나 됐다.
올시즌 연장 12회 무승부 제도가 폐지됐다. 야구의 묘미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끝장 승부를 도입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승부가 없지만 일본의 경우 연장 무승부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제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끝장 승부가 현장의 감독, 코치, 선수들의 의견수렴 없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일방통행으로 결정됐다는 데 있다. 필자도 오랫동안 현장에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끝장 승부는 무리가 많다는 생각이다.
‘무박 2일 경기’ 후 히어로즈 선수단은 13일 새벽 2시에 목동을 출발해서 6시30분에 부산 숙소에 도착했다. 평소대로 경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새벽 3시는 돼야 한다.
한국은 이동수단을 전적으로 버스에 의존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는 미국이나 신칸센을 이용하는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는 구장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경기 후 길거리에 버스를 세워놓고 대중목욕탕에 들어가 샤워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시스템이 정착된 미국 일본과 한국의 선수층은 비교가 안 된다. 한국보다 모든 여건이 훌륭하고, 선수층도 두꺼운 일본에서도 무승부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1년에 그런 경기가 몇 번이나 되겠냐’, ‘그런 경기도 색다른 재미 아니냐’는 등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끝장 승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이라는 데 있다.
요즘 정국도 그렇듯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일방통행에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끝장 승부는 무리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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