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몽준 최고위원과 홍준표 원내대표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화물연대 차주들의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화물차 운전사를 노동자로 보느냐, 사업자로 보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며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해 각종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트럭이라는 자산을 갖고 운영하므로 사업자로 보는 것은 너무 경직된 것”이라며 “자산을 가진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인식이고, 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가 출신에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최고위원의 발언으로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친자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은 홍 원내대표가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파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화물 차주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고, 헌법적으로도 근로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 간 국회 환노위에서 이들을 특수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를 논의하다가 폐기됐다”며 “화물연대가 하고 있는 것은 운송 거부로 파업으로 몰고 가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반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운송 구조 개선을 하기로 가닥을 잡은 마당에 이제 와 차주의 법적 지위를 운운하는 것은 뜬금 없는 얘기라는 면박이 담겨 있었다.
이날 두 사람의 논쟁을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만 보고 넘기기엔 석연치 않다.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 두 사람은 10여년 의정생활을 같이 했지만 골프 몇 번 쳐 본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소 닭 보듯 하는 관계”라고 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지난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 최고위원의 차기 당권 도전 선언에 가장 먼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이가 홍 원내대표 였다. 홍 원내대표는 5월 “한나라당이 부자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은 현대 건설 회장 출신, 당 대표는 현대중공업 재벌 출신이 된다면 당 이미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정 최고위원 측은 대거리를 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어느덧 여권의 중심 인물로 부상했고, 7월 전당대회 이후엔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로서 당의 실질적 양륜(兩輪)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당내 주도권, 나아가 차기 여권 리더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서의 논쟁은 이후 펼쳐질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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