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지음/시작 발행ㆍ279쪽ㆍ1만2,000원
올해 등단 20년을 맞은 소설가 박상우(50)씨의 두 번째 산문집은 기행문이되, ‘작가 박상우’를 키운 곳에 관한 기행문이다. 정치한 문장과 박씨가 직접 찍은 출중한 사진들이 여행지의 정보와 풍경을 충실히 알리는 한편, 그곳에 서린 작가의 내밀한 사연들을 전한다.
수록글 10편의 대상지는 경기, 강원, 충청 지역에 있다. 첫머리에 놓인 오대산은 박씨가 중학생 시절 이래 헤아릴 수 없이 자주 드나든 “요람처럼 편안한 곳”이다. 그는 월정사로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즐긴다. “여름에 그곳에 가면 나는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는다. …발바닥이 한없이 편안하고 부드럽다.”(20쪽) 오대산을 오를 때마다 작가는 “세속을 등지고 평창의 깊은 산속에 은거하며 살았던 적이 있는 것 같다”는 기시감이 들고, 이런 전생에 따라 이번 생에 소설을 쓰고 작가 지망생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긴다.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말무리반도는 박씨에게 각별한 곳이다. 1995년 시베리아 여행에서 체험한 막막한 적요와 풍경에 사로잡혀 1년 반가량 글을 쓰지 못했던 그에게 필력을 회복시킨 것이 바로 말이 무리지어 바다 위를 달리는 형상을 한 섬이었던 까닭이다. 여기서 얻은 상상력으로 중편 <말무리반도> 를 썼고, 이듬해 쓴 <내 마음의 옥탑방> 으로 이상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내> 말무리반도>
아울러 작가는 이번 책 출간이 “가능한 조금 쓰고, 가능한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매진”하며 “혼자 공부”를 해온 10년의 정리라며 “그동안 거둔 결실이 꽤 많으니 이제 그것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눌 때가 된 모양”이라고 창작 의욕을 곧추세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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