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요즘 보면 각 신문마다 인물 동정란을 2쪽 정도씩 싣고 있다. 한국일보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동아일보는 ‘투데이’, 조선일보도 ‘사람들’이라는 페이지에 각계 각층 사람들의 동정을 싣고 있다. 그 만큼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명 인사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등이 궁금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인물 동정란을 맨 처음에 신문에 실리기 시작한 신문은 ‘주간한국’일 것이다. 그것도 타블로이드 신문 표지를 막 넘기면 두 번째 페이지에 ‘소식통’이라는 제목으로 눈에 확 들어오도록 편집이 되어 있다. 이것은 편집장(주간한국 부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찬반이 엇갈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큰 관심을 갖게 되어서 나중에는 소식통에 자기소식을 넣어 달라고 부탁이 들어올 정도였다. 이른바 열독률 100%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계각층의 저명 인사들이고, 내용은 대체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즉 사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거의 모든 소식을 직접 취재해서 실었다. 들리는 풍문, 즉 ‘카더라’ 통신으로 흘러나오는 내용은 절대 사양했다. 그래서 가치가 있고 한 줄이나 두 줄 밖에 안 되는 짧은 기사인데도 영향력이 아주 컸다. 정치인, 경제인 등이 등장을 하고 연예인을 포함한 문화 예술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옛날 이름난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는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나간 주간한국 신문을 들춰내어서 가끔 소개 하고자 한다. 1965년 6월 6일, 11월 14일과 같은 해 12월 26일자에 실린 ‘소식통’ 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육영수씨 (대통령 부인)--노환 중인 부친이 지난 17일 메디칼 센터에서 퇴원 후에는 국회의원인 육인수씨 댁에 머무르고 있는데 차도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연말의 분망한 여가에도 간호에만 전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
*정일권씨 (국무총리)--바쁜 공무를 떠나서 24일에는 정말 가까운 친지들과 저녁 모임을 마련.
*임원식씨 (이화예고 교장-지휘자)--23일 영국 정부 초청을 받고 도영한지 3개월 만에 귀국.
*김혜경씨 (앨토-한양대 교수)--12월 29일 남상국씨 (대한일보 기자)와 결혼한다.
*오종식씨 (세계문화자유위원회의 위원장)--김경탁, 유현목, 김용구, 이만갑 제씨를 12월 18일 1966년도 실행위원으로 선출했다.
*김중업씨 (건축가)--12월 18일 성북동 자택에서 망년회를 가졌는데 이날엔 박종홍 한무숙 이경숙 고은 및 전계현씨 등 각계 인사들이 나왔다.
*임영웅씨 (동아방송 프로듀서)--지난 19일 시민회관에서 연 DBS 송년잔치 때 문화인 카니발을 맡아 준비, 집행을 하느라 고생이 대단했다는 소식.
*곽순옥씨 (가수)--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전후 해서는 홍콩으로 다시 옮길 것이라고 한다.
*강원룡씨 (경동교회 목사)--27일 부인 김명주 여사와의 결혼 25주년이 되는 은혼식을 집에서 간소히 가질 예정이라고.
*김승옥씨 (소설가)--동인 문학상을 탔다고 술 사라는 친구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단편집도 곧 창우사에서 나온다.
*키 보이스 (보컬 그룹)--비틀즈 식으로 악기를 만지고 노래를 부르는 많은 보컬 그룹들 가운데 제일 먼저 생긴 이들은 현재 미8군 쇼에 나가고 있는데,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레퍼토리를 늘리고 5명의 멤버 각자가 솔로를 할 수 있도록 연습 중이라고.
*박경리씨 (소설가)--정릉동 768의 6호로 이사. 전화는 그대로 92-0141번.
*김성진씨 (연예협회 부이사장) 곽규석, 구봉서씨 (코미디언) 유주용, 위키리, 이금희, 이미자, 이연순씨 (가수) 이인표, 조상국, 최영훈씨 (밴드 플레이어) 김천봉씨 등 3명 (무용수)--월남에 있는 한국군 및 미군 등을 위문하기 위해 6월 1일 하오2시30분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돌아올 예정일은 6월 12일.
*박종화씨 (소설가-문협 이사장)--11월 13일 하오2시 이사회를 소집.
*김규씨 (중앙TV방송부장)--구엔 카오 키 월남 수상이 지난 11일 상오 중앙TV를 시찰했는데 한나라의 수상이 방송국을 시찰한 것이 큰 일이라고 자랑.
*강세철씨 (전 프로복싱 미들급 동양 챔피언)--미국 험프리 부통령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
*로라 성 (가수)--인천에 새로 생긴 올림포스 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지난 21일부터 노래 부르고 있다.
이런 식이었다. 각 분야에서 최근 소식을 보내오면 전체적으로 종합하는 것은 내가 담당했다. 정말로 별일(별짓?) 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치부에 있는 어떤 선배가 나한테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 영부인 소식이 나가는데 ‘딴따라’ 소식을 함께 나가게 하는 것이 못 마땅하다는 것이다. “정 기자, 당신 미쳤소? 책임 질 수 있소?” 나는 뭘 책임지라는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후로 책임 질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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