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15일 청와대 오찬회동은 낮 12시부터 무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 중 둘 만의 단독 회동도 1시간30분 동안이나 이어져 대화 내용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조찬회동에서는 단독 회동은 불과 10분 안팎에 그쳤다.
이 때문에 양측 대변인이 발표한 수준의 내용을 뛰어넘는 폭 넓은 정국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양측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이 공감을 나타낸 부분은 사회통합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이 총재는 “약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덜어줄 수 있는 것은 무능한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에 비춰 두 사람은 쇠고기 파문을 둘러싼 ‘보수 세력의 약화’ 부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대연합론’에 대한 각종 논의가 오갔을 수도 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총리 기용 문제도 양측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중요한 현안을 짚고 가지 않았을 리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선진당은 ‘단순히 심 대표의 총리 기용을 갖고는 당 차원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대통령이 제안했더라도 이 전 총재가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급부가 크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전 총재는 그간 자신이 주창해 온 거국내각론을 꺼내 들었을 수도 있다. 여야를 두루 망라한 폭 넓은 인재 등용을 건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한나라당과 선진당 간의 공조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 진영의 단합을 위해 정책공조 등의 정당 간 연대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을 개연성이 있다.
이날 회동은 이 총재가 발언을 많이 하고 이 대통령이 듣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 수세에 몰려있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총재에 대한 협조를 바라는 분위기로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 총재에게 정치적 선물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각제 개헌이나 합당 등 장기적으로 구상해 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수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 총재를 맞이하면서 각별한 의전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이 총재를 맞은 이 대통령은 “젊어 보이신다. 일요일에 이렇게 뵙게 돼 반갑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회담 장소인 상춘재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내국인과 오솔길을 함께 걷는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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