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과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 주최의 ‘쇠고기 재협상 및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13일 열렸지만 여야는 종전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공청회를 본 뒤 개정여부에 대해 논의키로 시간을 벌었지만 절충은 커녕 공방만 격화한 셈이 됐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가축법 개정시 국제규범 미준수로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상위법인 가축법 개정으로 하위법인 쇠고기 협정의 행정명령 효력을 제한하는 입법행위는 국내, 국제법의 관계와 상관없이 국제규범과의 충돌이나 모순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여당의 신인도 하락 주장은 과장”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모든 국가에서 생산되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와 30개월 미만인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쇠고기 수출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토록 하고, 쇠고기의 최초 수입 및 광우병 발생국가로부터의 수입 시 해당 수출국의 위생조건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양국 정부가 모두 재협상을 거부하면 국회에서 가축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부가 재협상하도록 길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재협상을 통하든 가축법을 개정하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 우려를 해결해보자는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추가협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가축법을 손보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냐.
다른 부수적인 부분들은 국내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대응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했을 때 미국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추가협상의 결과가 나오면 여러 수단 중에서 어느 것이 현실적인지 논의해 보자”고 강조했다. 가축법도 일단 국회를 연 뒤 논의하자는 얘기다.
‘재협상’과 ‘추가협상’ 등 명칭을 두고도 충돌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임 의장이 “10대 교역국으로서 재협상이라는 용어는 기존 협상의 파기로 해석될 수 있어 추가협상이라고 썼다. 같은 개념이라고 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국민이 용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모독이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방청석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급식운동을 한다는 한 학부모는 “민주당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금지만 한나라당과 합의하면 끝이냐”고 따졌다. 또 다른 시민은 “네티즌 청원을 받아 최소한 기준이 20개월 미만인줄 알았는데 민주당안이 30개월 미만으로 바뀐 것을 해명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선진당은 등원론을 주장해 야3당 공조의 균열 조짐도 드러냈다.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젠 정치권이 화답할 때”라며 “재협상이 변죽만 울리고 개정안도 이견만 드러내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다른 야당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채지선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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