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52ㆍ남)씨는 2001년 이혼 당시 9세, 7세였던 자녀 2명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내였던 B(49)씨에게 양육비 명목으로 월 100만원을 주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후 1년을 빼고는 지금까지 6년여 동안 “나도 사업이 안돼 남한테 얹혀 사는 처지인데다, 부채만 1억원이 넘는다”며 양육비 지급을 소홀히 했다. 법원은 최근 B씨의 이행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이달부터 9월까지 매달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의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2. C(46ㆍ남)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다 구치소 신세까지 졌다. 전 아내 D(42)씨는 C씨가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자 이행명령 신청을 냈고, 지난해 6월 법원은 “매월 700만원씩 5개월에 걸쳐 총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C씨는 또다시 차일피일 미뤘고, 기다리다 못한 D씨는 법원에 감치 신청을 냈다. C씨가 30일을 꼬박 구치소에서 보낸 후에도 양육비 일부만 변제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D씨는 다시 한번 감치 신청을 내야 했다.
이혼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자녀 양육비 지급을 선고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자녀를 부양하는 당사자들이 애를 태우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16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기하는 ‘이행명령 신청’접수 건수는 2004년 44건에서 2005년 52건, 2006년 60건, 지난해에는 10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3년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재산을 타인 명의로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할 형편이 안 된다’고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자녀 양육 당사자, 특히 홀로 사는 여성들의 ‘속앓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위 사례의 B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식당에서 일하며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자녀들이 공부에 소질이 있지만 생활비가 모자라 학원에도 보내지 못한다”며 이행명령 신청을 냈다.
이행명령 신청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다. 가사소송법은 ‘가정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일정 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이행명령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100만원) 부과를 신청하거나 감치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수 있다. 감치 명령은 이행명령을 3회 이상 지키지 않았을 때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전 배우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간접수단’에 불과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녀 복리를 위해 당장 양육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상당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정부가 자녀 양육 당사자에게 우선 양육비를 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선급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그 의무를 게을리 할 경우 형사상 양육의무 불이행죄로 처벌하고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현행 이행명령 신청이나 감치 제도 등은 간접적 강제 수단”이라며 “양육비 지급명령에 보다 더 강제성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구제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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