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쏟아지는 경제뉴스들. 속뜻을 모르면 내게 중요한 뉴스도 남의 얘기처럼 잊혀지기 십상입니다. 이제 경제기사와 더욱 친해집시다. 본보는 16일부터 매주 월요일자에 '경제교실'면을 신설합니다. 국내 권위있는 경제연구 기관 전문가들이 독자 여러분의 '경제를 보는 눈'을 높여드릴 것입니다. 기사 관련 문의나 소재 제안은 이메일(money2310@hanmail.net, economy@hk.co.kr) 또는 전화(02-724-2310,2311)로 해 주세요.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기다립니다.
정부가 지난주 서민들의 고유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10조원 넘는 세금을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세금환급 입니다. 정부는 거둬들인 세금을 왜 다시 풀겠다는 것일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어떤 현상이든 원인을 먼저 알아야 이해가 빠르겠죠. 세금환급을 이해하려면 먼저 요즘 치솟는 기름값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90달러 수준이던 원유 가격은 최근 130달러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자동차 휘발유 값이 너무 올랐다며 걱정하시는 아버지, 물가가 너무 올라 장에 가기 무섭다는 어머니, 어느새 슬그머니 값이 오른 동네 자장면 값을 보면서 여러분도 유가 상승의 위력을 몸소 느끼고 계실 텐데요.
- 유가가 오르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요?
국제유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무엇보다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석유를 직접 사용하는 교통ㆍ냉난방 비용뿐만 아니라, 석유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컴퓨터, MP3 등 전자제품에다 심지어 과자, 라면 값까지 오르게 됩니다. 거의 대부분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려면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즉, 유가 상승은 물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생산자물가)을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제품가격(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유가 상승으로 비용과 제품가격이 올라가면 생산과 소비가 줄어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평범한 근로자나 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더 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나 가게 운영비가 계속 높아지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지요.
유가 상승으로 가계의 주름살이 지나치게 깊어지면 정부는 석유관련 세금을 깎아 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지난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근로자ㆍ자영업자 등을 위한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이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대책 가운데 ‘유가 환급금’ 지급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하는 세금환급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세금환급 제도란 무엇인가요?
세금환급(tax rebate)이란, 말 그대로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되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납세자에게 현금이나 수표의 형태로 세금을 되돌려주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권과 같은 쿠폰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법에서 정한 수준 이상으로 세금을 과도하게 거두었다면 당연히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겠지요. 연말정산을 통한 세금환급이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유가 환급금은 정상적으로 거둬들인 세금을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이처럼 정상적으로 징수한 세금의 환급은 경제상황이 어려워 서민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되기도 하고요, 경기가 둔화되거나 침체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시행되기도 합니다.
정부는 보통 재정정책(용어 풀이 참조)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은 크게 정부지출과 조세정책으로 구분되지요.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되는 경우, 정부는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적게 걷음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이것이 개별 가계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정부지출 확대의 혜택을 누가 누리게 되는지 사전에 알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세율을 낮추는 감세의 경우에도 관련 법 개정 등을 위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며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정책을 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세금환급은 납세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번 유가 환급금도 소득 수준이 낮은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금환급은 이미 거둔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지요.
- 세금환급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세금환급이 이루어지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환급 혜택을 받는 가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지금 서민 가계는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교통비, 생필품 구입비 등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정부에서 이러한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세금환급으로 돌려주면 그 만큼 가계의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유가 급등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 가계를 지원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서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세금환급을 받으면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나는데 가계는 늘어난 소득으로 저축 또는 소비를 늘리게 됩니다. 세금환급이 추가적인 소비로 이어지게 되면 경제 전체의 수요가 늘어나고 그 결과 생산도 증가하는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기부양 목적으로 세금환급을 시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한편 세금환급이 저소득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소득을 보조한다는 점에서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세금환급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또는 민간 기업이 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런데 애써 조성한 대규모의 자금을 잘게 쪼개 다시 돌려주면 환급받는 가계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국가경제의 효율성 향상에 투입되었어야 할 재원만 없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 풀어 읽는 경제 키워드
◆재정정책이란
정부지출·조세의 확대 또는 축소로 경기 조절 꾀해
일반적으로 재정(財政)은 정부의 수입과 지출로 구성되는 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말합니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꾸리는 정부는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조세)을 걷고 그 돈을 국민들을 위해 쓰게(정부지출) 됩니다.
재정정책(Fiscal Policy)은 이러한 정부지출과 조세를 수단으로 하는 정부의 정책을 말합니다. 불경기 때는 정부지출을 늘리고 조세는 줄여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반대로 호황 때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조세를 늘여서 과열을 막고자 하는 식입니다. 결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정부지출이나 조세)을 그때그때 조정해 경제 전체의 건강(고용ㆍ물가안정, 소득 재분배, 사회복지 증진 등)을 지키려는 노력인 셈이지요.
재정정책은 여러 효과를 가집니다.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국방, 교육, 도로 건설 등을 국가가 대신해 국민 전체가 쓸 수 있게 하는 '자원 배분' 효과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에게 나눠주는 '소득 재분배' 효과 ▦경제 상황에 따라 지출과 세금을 조절해 나라경제가 출렁이는 정도를 줄여주는 '경제 안정' 효과 등이죠.
박나연ㆍ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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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환급, 해외 사례는
세금 환급은 우리나라 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과거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경기를 되살리거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세금환급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1년, 2003년, 2008년에 각각 식어가는 경기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세금환급이 이뤄졌습니다. 2001년과 2003년에는 소득세율을 내린 뒤 이미 낸 세금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또 올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집값이 폭락하는 등 경제가 침체될 우려가 높아지자 4월 말부터 대규모 세금환급을 시행 중입니다. 대체로 소득이 낮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을 위주로 개인 당 300~1,200달러까지, 미국 전체로는 1,000억달러(약 100조원)나 되는 이미 거둔 세금을 개인의 계좌에 넣어주거나 수표로 부쳐주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999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세금으로 산 상품권을 나눠준 적이 있습니다. 직접 돈으로 주면 소비 대신 저축을 할까 봐 일부러 상품권을 택한 것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나 노인들에게 사용기한과 사용지역까지 정해 2만엔 짜리 상품권을 나눠주는데 일본 정부는 당시 7조원 가량을 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소비에 쓰라고 돌려준 세금을 사람들이 도리어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써버려 기대했던 ‘소비진작’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겁니다. 실제 올해 미국의 세금환급에서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환급액을 저축이나 대출상환에 쓰겠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고, 일본에서도 대다수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저축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번 세금환급에 따른 효과를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15일 금융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 국민은 환급액 중 단기적으로는 20%, 장기적으로는 60%를 소비에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 100원을 돌려 받으면 당장 20원 정도만 소비에 쓰지만, 일단 빚을 갚았다가 나중에 다시 빚을 내 소비하는 것까지 합치면 60원 정도는 소비에 쓴다는 분석입니다. 정부 기대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소비진작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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